당신은 어둠 속에서 무엇을 느끼나요?
당신은 어둠 속에서 무엇을 느끼나요?
  • 독서신문
  • 승인 2007.11.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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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체험 전시 'DIALOGUE IN THE DARK'
▲ 예술에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dialogue in the dark'     © dialogue museum
 
지난 3일 타계한 탤런트 홍성민. 그는 한창 활동 할 때 보다 2004년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은 후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졌다.

비록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홍성민은 시련을 극복하고 세상에 나섰다. 2005년 kbs 2tv ‘인간극장'을 통해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많은 감동을 받고 그에게 응원을 보냈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생활하며 재활훈련을 하던 그는 시각 장애인이 된 후 목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마음을 알 수 있다며 “사람의 눈이 얼굴이 아니라 마음에도 달려 있다”고 말해 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태초에 인간은 오감이라는 것을 가지고 태어났다. 시각, 미각, 청각, 후각, 촉각 이라는 다섯가지 능력을 가지고 이 세상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오감 중 하나를 상실했을 경우 굉장히 불편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오감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시 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미 몸이 오감에 익어버려, 다섯 가지 감각에 의존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사감을 가지고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감의 각각의 감각들이 서로 20%씩 성능을 발휘하여 우리가 100%의 세상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면, 하나의 감각을 상실했을 경우 나머지 사감의 능력을 25% 발휘한다면, 오감을 다 가지고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100%의 세상을 느끼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의문 속에서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전시회가 예술의 전당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감각 체험 전시 ‘어둠 속의 대화 - dialogue in the dark' 가 그 주인공이다.
 
dialogue in the dark 는 1988년 독일에서 설립자 하이네케 박사가 최초로 첫 전시를 시작한 이래, 19년간 전세계를 순회하는 전시로써 프랑스, 오스트리아, 유럽과 남아메리카, 일본 등 21개국 130여 개의 도시에서 순회 전시되고 있으며, 세계에서 5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관람했고, 전체 관람객의 50% 이상이 2~3회 이상 재 방문한 특별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전시에서 어둠 속 가이드로 일하는 시각장애인들의 고용촉진을 비롯하여 이들 중 40% 이상이 자신감회복으로 취업을 통한 사회진출에 성공하는 등 보다 각별한 전시로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7월13일부터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어둠속의 대화> 전시는 개최 6개월 전인 1월에 열렸던 1차 전시 때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6개월만에 열린 2차 전시로써 약 4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성황리에 관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 전시는 여러명이서 그룹을 만들어, 어둠을 체험하는 형식이다.     ©  dialogue museum

아무런 빛이 느껴지지 않는 어둠으로 가득 찬 차단된 공간에서 지팡이 하나에 의존해 가면서 행해지는 이 전시는 6~8명의 한 팀이 가이드의 안내 속에서 어둠 속을 헤쳐나가게 된다.
 
어둠 속을 향해 내 딛는 발걸음은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안하지만 물을 만져보고, 산내음을 코로 느껴보고, 손으로 귀로 여러 가지 소리를 들어가면서 점차 익숙해지고, 결국 전시의 중반부에서는 눈을 감고 걷는 그 발걸음이 평상시에 우리가 걷는 발걸음과 같은 느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비록 장애 체험이 아닌 감각 체험이라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일반인에게는 어쩔 수 없이  시각장애에 대해서 한번쯤은 생각 하게 된다. 사실 인간의 오감 중에 시각이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감각을 잃었을 때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해질지를 이 전시는 말해주고 있다. 특히나 횡단보도 앞에서 시각 장애인 안내 방송도 들리지 않는 처지의 상황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옆에 아무도 없어 도와달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냐는 가이드의 질문에 관객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상황이 시각 장애인들에게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을 들게 한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올 때 까지 기다린다는 가이드의 말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얼마나 복지 후진국인지를 절실히 느끼게 한다.

이 전시는 누군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던져지는 메시지가 아니라 상호간에 서로 소통하고 교환되는 양방향적인 것이다. 때문에 관람객들은 투어를 하며 어둡고 낯선 이 공간 속에서 그들을 인도하는 어둠에 익숙한 친절한 시각장애인 안내자와는 물론 같이 관람하러 온 낯선 관람객들과도 자연스럽게 소통을 하게 되고 진지한 느낌이나 생각들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 동안 얼마나 스스로가 닫혀 있고 메마른 가슴으로 살아왔는지를 전시를 통해 체감하게 된다. 굳이 전시를 통해 무언가를 남겨가려 할 필요가 없다. 전시를 감상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느끼게 될 것이다. 자신이 어떤 세상에 살아 왔었는지, 그리고 전시를 감상한 이후 나의 감각이 어찌 되었는지를 말이다.

 
1시간이 조금 넘는 관람 시간이 과연 어떻게 느껴졌는지, 아마도 자신이 겪은 놀라운 체험이 가슴 속에 여운으로 남으리라고 본다.
 
12월 31일 까지
예술의 전당 - 한가람 미술관
성인 2만원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nove@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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