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유지희 기자] 로베르트 슈만은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 작곡가로 주요 작품들이 클래식 음악의 정전에 올라 있지만, 그가 세계 최초 음악 평론지 ‘음악신보’를 창간해 10년간 편집장으로 일하며 수많은 글을 쓰고 다양한 음악 운동을 이끌었다는 사실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찌감치 굵직한 문학 작품들을 섭렵했던 슈만은 어머니의 간청에 따라 법률을 공부하기 위해 라이프치히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음악의 꿈을 버리지 못해 피아노를 공부하고 음악에 대한 글을 쓰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피아니스트로서 궤도에 오르던 무렵 오른손 부상으로 인해 겪은 좌절, 작곡가와 음악평론가로서 빛나는 활동, 스승의 딸 클라라와의 불같은 사랑과 결혼 등 그의 삶은 ‘낭만주의’ 그 자체였다.
“옛날에 나는 슈베르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이야기를 한다면 오직 밤하늘의 별과 나무에게만 들려주고 싶었다. 그의 찬란한 재능이 무한한 것 같아 그를 불리하게 만드는 모든 증거에 귀를 막았다.” - 본문 146쪽
그는 평론지 ‘음악신보’를 통해 엑토르 베를리오즈와 프리데리크 쇼팽 등 재능 있는 음악가들을 음악계 주류에 소개했고, 동료 펠릭스 멘델스존과 함께 그 업적과 중요성에 비해 묻혀있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를 재조명했다. 또한, 요절한 프란츠 슈베르트의 작품들을 정리해 출판하고 ‘교향곡 C장조’ 초연을 성사시킨 그는 역량 있는 음악 평론가이자 기획자였다.
『음악과 음악가』는 슈만이 ‘음악신보’에 연재한 글을 중심으로 직접 주석을 추가해 1854년 출간한 평론집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논집』 가운데 일부를 엮은 책이다. 당시 세계 음악계의 중심 독일에 쇼팽을 처음 소개하던 순간, 요절한 슈베르트의 형 집에 남겨진 악보를 들추며 몸을 떨던 순간 등 책을 통해 슈만의 심경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 음악과 음악가
로베르트 슈만 지음 | 이기숙 옮김 | 포노 펴냄 | 260쪽 |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