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애플’은 모방해도 ‘도전 정신’은 모방할 수 없다
[서평] ‘애플’은 모방해도 ‘도전 정신’은 모방할 수 없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3.13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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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경영서적은 좀 불편하다. 그나마 마케팅 관련 책은 내용이 좀 알아들을만 하다. 아는 브랜드가 나오고 광고 얘기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몇 가지 어떤 단어들은 설명을 따라가기 벅차고 기억도 잘 안된다.

그런데 이 책 『가치를 사는 소비자 공감을 파는 마케터』는 단어 하나는 확실하게 깨우쳐준다. 바로 ‘가치’다. 가치를 향한 김지헌 저자의 노력은 많은 사례에서 드러난다. 그 예만 따라 읽어도 재미있고 ‘아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마케팅 일에 종사하거나 그 쪽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에겐 당연히 좋은 책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죽죽 읽혀지기에 저자가 말하는 마케팅의 7부능선까지는 올라갈 것 같다.

한국에도 진출할 계획이 있다는 독일의 국민마트 ‘알디’를 보자. 알디 취급 제품 중 98%는 PB(Private Brand, 유통 매장 자체 상표)제품이다. 코카콜라나 하이네켄이 없다. 대신 그에 못잖은 PB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제품에 만족 못하면 100% 환불해준다. 또 카드는 안 받는다. 모두 현금 결제이며 대신 포인트를 적립해 즉석에서 할인해준다. 매장은 다른 마트에 비해 매우 작고 종업원은 기껏 5명이다. 종업원들은 박스를 뜯어만 놓는다. 제품을 꺼내는 것은 손님 몫이다.

최고의 덕목은 초저가이다. 전단지를 빼고는 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다. 유럽과 호주에선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다.

또 이런 예를 보면 문외한도 마케팅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자동차 영업사원 두 명이 있다. 자동차 회사는 다음달 신차 모델을 출시하기로 하고 재고 소진을 위해 구모델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10% 할인혜택을 주기로 했다. 판매실적이 좋은 사원은 보너스가 두둑할 것이다. 단 고객은 신차 출시계획을 모른다.

이에 A사원은 고객들에게 신모델 출시를 알리지 않고 할인을 내세워 고객 100명 모두에게 구모델 차를 팔았다. 우수사원으로 보너스에 승진까지 했다. B사원은 고객들에게 신모델 출시를 알리고 고객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구모델 차를 10대 팔았다. 저자는 묻는다. A, B 중 누가 마케팅을 잘했나. 오늘날 개념에서 본다면 B가 정답이다. 과거에는 판매가 마케팅의 핵심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애플을 예로 든다. 애플 브랜드 추종자들은 애플이 가진 ‘도전 정신’의 가치, 즉 브랜드 정체성을 공감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애플의 노력 등의 결과인 제품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제품은 모방할 수 있어도 도전 정신은 모방할 수 없다.

희소성을 말하는 대목도 흥미 있다. 『관찰의 힘』을 쓴 얀 칩체이스가 2007년 태국 방콕 거리를 거닐 때, 노점에서 한화 1400원 정도하는 가짜 치아 교정기를 파는 것을 보게 된다. 철사로 만든 가짜 교정기의 주 고객은 10대 소녀들인데 이들은 교정기를 살 수 있을 만큼 부유하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게스 청바지는 처음엔 허리사이즈 24인치 이하만 출시했다고 한다. 날씬한 여성만 입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략인데 지금은 30인치 넘는 남녀 청바지를 내놓고 있다. 매출은 늘었을지 모르지만 게스의 개성은 잃은 것 아니냐는 판단이다.

명품 에르메스는 철지난 제품을 할인판매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재고는 모두 불태운다. 희소성 전략의 극치다.

국내에도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2014년 비키니해변 사건이다. 강릉시는 사근진 애견 해수욕장의 용도를 변경,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선탠을 즐기도록 했다. 그러나 결과는 애견 전용 해수욕장으로 운영할 때보다 피서객이 절반으로 줄었다. 비키니를 입는 여성의 숨겨진 과시욕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비키니를 입는 여성은 그동안 관리해온 자신의 몸매를 타인들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상징적 욕구가 컸을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자랑질’도 마케팅 이용 대상이다. SNS를 통한 ‘자랑질’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작은 사치를 고집하는 소비심리가 자리잡고 있다. 밥값보다 비싼 디저트를 먹는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리는 건 흔하다. 브랜드가 이런 자랑질을 도와주면 어떨까. 문화공연장 앞에 스마트폰 카메라 찍기 좋은 포토존을 만들거나 갤러리아백화점 식품관처럼 셀카 찍기 좋은 조도를 설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 여러분, 마케팅, 어렵지 않죠?

가치를 사는 소비자 공감을 파는 마케터
김지헌 지음 │ 갈매나무 펴냄 │ 304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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