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 없다, 없다 있다
있다 없다, 없다 있다
  • 독서신문
  • 승인 2007.11.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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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생각 · 느낌 따위를 목구멍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로 어사(語辭). 언어(言語). 언사(言辭)이며 ‘글’은 어떤 생각이나 말 따위의 내용을 글자로 나타낸 것이다. ‘있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장소에 존재하면서 어느 위치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으며 어느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며, ‘없다’는 어떤 곳을 차지하고 있지 않고 존재하지 않음이다.
  ‘말’은 소리로 허공에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속성이 있지만 글은 하얀 백지에 쓰는 행위로 나타나는, 없는 것에서 있는 것으로 모습을 드러내 지속성과 보관성을 획득한다.
   ‘이데아’는 동사 idein(보다, 알다의 파생어)으로 원래는 '보이는 것', 모양 · 모습, 그리고 물건의 형식이나 종류를 의미 했다. 그러나 플라톤은 ‘이데아’를 육안(肉眼)이 아니라 영혼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형상으로(아이데스-보이지 않는 것) 이성(理性)만이 파악할 수 있는 영원불변하고 단일한 세계로, 끊임없이 변천하는 잡다한 감각세계의 사물과 구별 했다.
  장 보드리야르(1929~2007)는『시뮬라시옹』(2007, 민음사)에서 시뮬라크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이며, 흉내 낼 대상이 없는 이미지로 원본 없는 이미지는 그 자체로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은 이 이미지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됨을 말했다.
  등고선等高線, contour lines은 지형의 기복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는 일종의 지도이다. 등고선은 2차원인 평면에 그려진 그림지도이다. 2차원 평면에 그려진 등고선에는 분명 공간이 없다. 하지만 상상력을 동원하면 얼마든지 2차원의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인 3차원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지도는 그려진 그림은 있으나 그 속엔 아무런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있다. 그 속엔 학교, 교회, 도로, 기차역, 공장, 산, 강 바다가 들어서 있는 3차원 공간을 쉽게 얻어낼 수 있다. 없지만, 있고. 있지만, 없다. ‘있다/없다’는 코드에 의해서 주고받는 약속이 전제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약속은 정보이다.
  우리는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중심엔 인터넷이 있고 이 가상세계에선 분, 초를 다투어 많은 정보들이 만들어지고 또 소멸돼 가고 있다. 인간은 정보의 전달과 정보의 축적위해 인터넷을 발명했고 인터넷을 우리의 생활을 지배해가고 있다. 선사시대 정보교환은 입말로, 역사시대가 열리면서 문자(글말)를 쓰게 된다. 근대시대 산업사회는 인쇄 매체, 대중시대 (후기산업사회)엔 전자 매체, 탈역사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식과 정보사회가 열리게 되며 지식과 정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유통되기에 이른다.
  현재는 유비노마드 시대로 유비쿼터스사회라고 한다. 유비쿼터스사회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사회로 다양성과 다원성을 중심으로 공동체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뮬라크르 세계는 끊임없이 ‘있다/없다’에 물음표를 던져온다. 말과 글의 있고 없음이 대표적인 예이다. 디지털 2진수로 시뮬라크르화 된 기호들은 말일까 글일까? 말인데 글 같고 글인데 말 같은 모호함의 경계에서 놀이하는 인간이 나타나고 있고, 몸(영상/ucc)으로 말하는 인간들이 출현하고 있다. 몸으로 말하는 글(ucc)은 그림으로 발화된 몸의 표현으로 말이 된다. 말은 구술성이고 구술성은 마술의 힘이 들어있다.  마술이 말을 글로 바꾸어 인식되는 순간 우리는 말의 뼈에 찔리게 된다. 말에 뼈가 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것에 찔리면 아픔을 느끼게 된다. 등고선에 발화하여 여러 지형으로 시뮬라크르 되듯, 말 또한 실재하는 뼈로 심장을 찌른다. 그렇다면 분명 말은 실체가 있는, 객관성을 띤, 글로 인식됨이 분명해진다.
말이 글이 되고 글이 말이 되는 시대에 살면서 가상놀이 인간이 돼가는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할까? 고민되는 시간들이다.
  검돌 作 「가상놀이인간-성욱,현」은 게임캐릭터 속에서 가상놀이인간으로 살아가고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들에게 무엇을 준비해 주어야하고, 어떤 사회로 이끌어 갈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최혜실 교수(경희대 국어국문학과)는 가상 놀이인간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있다/없다’의 시뮬라크르 세계에서 혼란해하지 않고, 방향 잃지 않고, 거친 바다를 잘 항해 할 수 있도록 좋은 나침반과 해도를 만들어줘야 할 일은 기성세대의 몫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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