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위대한 개츠비』, 어떻게 미국 최고의 고전이 됐나
[서평] 『위대한 개츠비』, 어떻게 미국 최고의 고전이 됐나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2.09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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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서평을 쓰는 기자로서 이 책의 한 페이지가 눈에 띄었다. 이 책 저자는 30년 동안 서평을 써온 전문가다. 저자는 소설 서평을 쓸 때 보통 50페이지까지 본다고 한다. 그 때까지 이야기가 괜찮다 싶은 무언가가 자신을 붙잡지 않으면 다른 서평 후보로 넘어간다. 기자에게 꽤 참고가 된다. 아니 작가들에게 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는 미국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바치는 헌사다. 저자 모리 코리건은 미국 최고의 영문학자로 꼽히며 공영 라디오 프로그램 ‘프레시 에어’에서 책 소개를 하는 문학 비평가다. 모리 코리건은 『위대한 개츠비』를 50번 이상 읽었고 전국을 돌며 이 작품 강연을 하고 있으며 이 책 전문을 7시간 동안 낭독하는 공연 ‘개츠’를 관람하기 위해 새벽 버스여행을 감행한다. (한국에는 이런 공연 없나!) 그러나 놀랍게도 그녀 자신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자신이 이렇게까지 이 책에 빠질 줄 몰랐다고 한다.

잠깐 서평 얘기 더 한다. 1925년 『위대한 개츠비』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대부분 무관심했다. 일부 서평은 참혹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최신작은 실패작” “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나면 피츠제럴드가 오늘날 위대한 미국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님을 확신하게 된다”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상한 작은 새다. 그가 작가로 불려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등이다.

극찬도 있다. “당신의 내면에는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이 있어요. (중략) 당신의 문장은 자연스러워요” 또 이런 것도 있다. “농도가 매우 진한 책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희석되지 않은 산성 원액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같은 황금 잔에 담겨 상호 작용한다. ” 그러나 친구 헤밍웨이는 질투를 느끼고 험담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헤밍웨이의 도가 지나친 험담은 피츠제럴드의 작가적 자존심을 꺾어버린 큰 이유가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하드커버 초판 20870부를 찍었다. 한권에 2달러에 팔렸고 인세는 15%로 6261달러를 벌었다. 2쇄로 3천부를 찍었지만 그가 1940년 12월 죽을 때까지 다 팔리지 않아 일부는 출판사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 1930년대의 뉴욕
『위대한 개츠비』는 거의 완전히 잊혔다가 수십년이 지난 1950~60년대에 갑자기 부활한다. 수많은 연극, 영화, 드라마 등으로 재생산되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가장 위대한 미국 소설로 떠올랐다. 미국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위대한 개츠비』를 망각의 늪에서 건져 올린 것은 페이퍼백이다.

책 표지를 한 장으로 장정한 것으로 저렴한 문고판에 많이 쓰이는 방식이다. 여기에 텔레비전의 대량 보급으로 미국인들에게 『위대한 개츠비』는 그야말로 위대한 경지에 오르게 된다. 『위대한 개츠비』는 한 해 50만부 정도 팔리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2천5백만부가 팔렸고 42개 국어로 번역됐다고 한다.

디캐프리오 주연의 동명 영화가 개봉됐던 2013년에는 판매량이 세 배로 뛰었다. 미국에선 고등학생 필독도서로 부동의 1위로 꼽힌다. 고교생 필독도서가 된 이유는 책의 분량과도 관계가 깊다. 『위대한 개츠비』는 5천 단어가 안 되고 9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페이퍼백으로 189쪽이다.

독자들은 책 출판 당시나 지금이나 책 값에 비해 분량이 많은 책을 원한다. 고등학교 대학교 강의 계획표에 『위대한 개츠비』가 빠지지 않고 들어간 이유 중 하나는 분량이 적다는 점도 한몫했다. 『노인과 바다』도 분량이 짧아 수업에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이야기로만 알려진 『위대한 개츠비』를 사실은 ‘계급’을 다룬 미국 소설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칭송한다. 피츠제럴드는 개츠비가 계급이라는 보이지 않는 그물에 걸려 추락하도록 만들어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보여준다고 한다. 모린 코리건은 말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나면 우리는 언제까지고 그 책을 다시 읽게 된다. 마지막 여섯 페이지 반, 특히 마지막 두 단락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베토벤 9번 교향곡이나 <헤이, 주드>를 두 번 들을 때 겪는 일과 비슷하다. 작품의 끝에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걸 아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모린 코리건 지음 | 진영인 옮김 | 책세상 펴냄 | 428쪽 |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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