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시인의 『나도 한번 소리 내어 울고 싶다』
애달픈 심사한 잎 남김없이 녹아
흔적조차 없건만
볼그레 홍조 띠고
뾰조록이 나왔으나
엇갈려 버린 인연
임 소식 요연하니
가녀린 손 활짝 펴서
설움 소식 전해 보이며
이 한 몸 비바람에
부서질지라도
이대로 기다리겠노라고
「상사화」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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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본성을 살리는 방법에는 여러 방편이 있지만 그동안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삶 때문에 미처 해보지 못했던, 과거에 하고자했던 일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아니면 현재의 자신의 일에 더욱 매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희한과 안타까움은 주로 과거에 미처 하지 못한 일, 그것이 비록 주변이 알아주거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해도 새로운 삶의 향기로 승화될 개연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특히 문학이나 예술 쪽에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었을 경우 이는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삶이 그렇듯, 우리네 소시민들에게는 아직까지 이러한 일은 배부른 이의 투정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이기 때문에 가끔 소리 내어 울고 싶어 질 때가 있는 것이다.
『나도 한번 소리 내어 울고 싶다』란 시집을 발표한 홍성수 시인도 바로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이다. 하지만 홍성수는 자신의 희한과 안타까움을 시작(詩作)활동을 통해 발산시키고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울고 싶지 않을 때가 없지 않겠지만 시인은 이를 시적언어를 통해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총 5부로 이루어진 이 시집은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한 자취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1부 ‘자연의 향기’에서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주위의 풍경을 은유적 표현과 직설적 화법을 적절히 조화시켜 노래하고 있다. 「안개비」 「솔잎」 「매미」 「겨울나무」와 「성주산 아침」 「무주의 밤」 「귀 바위」가 바로 그러하다.
2부 ‘꽃들의 향연’에서 시인은 사랑과 이별, 아쉬움과 그리움, 기다림 등을 접목시켜 꽃의 아름다움과 여인의 순결함, 인고의 세월을 통해 거듭나는 인생사를 그리고 있다. 특히 서두에 언급된 「상사화」의 경우 엇갈려버린 인연 속에 임을 기다리는 안타까움과 기다림의 순정을 노래하고 있다.
이렇게 자연을 노래하던 시인은 3부와 4부에서 그 아름다움 속에 깃들인 추억 속에 진하게 배어 있는 그리움을, 그리고 그러한 그리움 속에 덧없이 흘러간 세월의 아쉬움을 ‘그리움은 언제나’와 ‘세월이 가는 길’이라는 이름으로 승화시킨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5부, ‘사랑이 머무는 곳’을 통해 이러한 흘러간 추억속의 아름다움은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머물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지고 있으며 그 속에 활짝 핀 꽃을 의인화시켜 기다림과 안타까움 속에 그리움으로 남으며 그 그리움은 세월이 지나가면 부모, 형제, 자매, 자식 등을 향한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가을나무는 겨울 앞에 마지막 있는 힘을 발하여 고운 옷을 갈아입을 때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며 우리 인생도 그 가을나무처럼 새로운 변화와 보람의 꿈이 무엇인지 상상해보고 싶었다”는 홍성수.
그의 시작(詩作)활동은 이제 시작이지만 시에 대한 열정과 자연을 찬미하는 그의 시적 소양은 지나간 추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이와 관련 최양희(평론가,시인)는 “출가한 여승이 촛불 밝히는 모습처럼 시인 또한 그러한 지성이 깔려 있기에 그의 시혼은 적절한 시기에 맞춰, 자연이 준 아름다운 양지에 부화한 것‘이라고 표현한다.
<독서신문 김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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