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비밀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과학역사서
뇌 중심의 근대 과학을 이끈 인물들의 이야기
뇌 중심의 근대 과학을 이끈 인물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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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들어 있는 이 약한 살덩이가 이성과 헌신, 생명유지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생각은 전혀 얼토당토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특히 17세기 초까지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인간의 영혼이 절대 불멸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베살리우스의 해부학의 성과, 그리고 데카르트의 관념론 등의 영향으로 17세기 말이 되자 이러한 믿음은 근절되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특히 이 책의 주인공 토머스 윌리스와 그의 동료들은 이런 사고의 전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즉 격동의 세기가 끝나갈 무렵 이미 확고히 뿌리를 내린 뇌과학은 인간과 신, 그리고 우주에 대한 당시의 잘못된 철학이나 개념들 중 상당수를 갈아엎는데 일조했다. 특히 로버트 보일이 ‘매우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철학자들의 집합체이며 진정한 배움을 인정하고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말했던 옥스퍼드 회합의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월리스와 그의 옥스퍼드 회합의 동료들은 보일과 훅의 공기펌프 실험을 통한 호흡의 원리에 대한 어렴풋한 발견 및 리처드 로워의 심장연구, 인간 수혈 계획 등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영혼은 심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들이 선구적인 방법으로 뇌를 해부하면서 벌어진 여러 종교적, 윤리적, 과학적 싸움들, 그리고 찰스 1세와 함께 런던에서 도망쳐서 옥스퍼드에서 보낸 생활, 과학 연구의 방법을 완전히 바꾼 동시에 자아와 세상에 대한 견해를 완전히 뒤바꾸는 데 일조한 옥스퍼드 회합의 비르투오시가 행한 실험과 드라마 같은 일생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부제 ‘뇌의 발견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에서 암시하는 것과 같이 17세기 초까지 유럽인들의 영혼을 지배하던 심장 중심주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뇌를 인체의 중심으로,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의 중심으로 인식하게 된 사고의 변환을 다룬 역사서이다.
뇌가 작용하는 방식을 알아낸 역사의 극적인 전환점을 설명해 주는 이 책은 뇌의 비밀이 밝혀지게 된 전대미문의 사건을 설명하면서 청교도 전쟁과 전염병, 런던 대화재 등 희대의 사건들을 교모하게 엮어 소설적 재미와 학문적 만족감을 준다.
칼 지머 지음 / 조성숙 옮김 / 해나무 펴냄 / 488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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