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인생
레디메이드 인생
  • 독서신문
  • 승인 2015.10.2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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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Ⅰ. 생각해보기

▲ 채만식(1902~1950)

채만식이 작품창작을 활발하게 전개한 1930년대 중후반 세계적인 경제대공황과 일본 제국주의 침략이 노골적이었던 시기로 한반도는 암흑기였다. 채만식은 이러한 모습을 경험하며 성장하였다. 

백릉 채만식은 1902년 6월 17일 전북 옥구군 임피면 읍내리에서 부농 채규섭의 5남으로 태어났다. 1922년 3월 중앙고등보통학교 졸업, 일본 와세다대학 부속 제일와세다학원 문과에 입학했으나 이듬해 일본 관동대지진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한다. 이후 사립학교 교원과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하다 퇴사한다.
1924년 12월 단편 소설 「세 길로」 문단에 등장하며 최서해 · 임화 · 이기영 · 김남천 등이 중심인 카프를 결성하고 프로문학운동을 전개하였다.

주요 작품은 단편소설로 「과도기」(1923), 「생명의 유희」(1928), 「낙일」(1930), 「사라지는 그림자」(1931) 등이 있으며 1933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장편 「인형의 집을 찾아서」를 연재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하였다. 1934년 단편소설 「레디메이드 인생」을 발표하여 ‘풍자작가’라는 이름을 얻는다. 1950년 6 · 25전쟁 발생 2주 전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난다.

Ⅱ. 생각확대하기

1. 레디메이드 인생 줄거리

주인공 P는 가난한 농촌 출신이다. 그는 향학열에 들뜬 사회 분위기에 의해 어렵게 신식 공부를 시작한다. 개화 이후 한국 사회는 교육열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었다. 너도 나도 상급학교에 진학하려 했고 많은 학생들이 졸업하여 사회로 나왔다. 지식 청년의 과잉 생산시대가 열린 것이다. 레디메이드 인생은 이러한 사회현상을 스케치한 것이다.

P도 과잉 생산된 지식인 청년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일찍 장가들어 시골에는 열 네 살 된 아들이 있다. P는 자신의 주장에 의해 아내와 이혼한 상태이다. 그리고 아들 창선이를 생활이 어려운 형 집에 맡겨 놓고 있었다. 그 아들이 학비가 없어 보통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있다는 편지를 형으로부터 받는다.

P는 자기 나름대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닌다. 조금 알고 있는 신문사 K사장을 찾아간다. 그러나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거절당한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없는 일자리를 구할 게 아니라 농촌으로 돌아가 뜻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엉뚱한 설교를 듣는다. 참담한 기분이 되어 자신이 살고 있는 사글세방으로 돌아온 P에게 두 가지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의 집세 독촉과 시골에 살고 있는 형의 편지다. 그 편지에는 아들 창선이가 학교에 다니지 못할 뿐 아니라 끼니도 이을 길 없어 그 애처로움을 견디지 못한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어떻게라도 차비가 마련되면 애비인 P에게 올려 보내겠다고 쓰여 있었다. 잔뜩 심사가 착잡해 있는 P의 거처로 M과 H가 찾아온다.
M은 법률전공으로 육법전서를 줄줄 외는 친구다. 그리고 H는 경제학을 전공한 지식청년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빈 털털이 식민지 지식 청년이다. 셋은 M의 법률서적을 저당 잡혀 6원을 손에 쥔다. 그 돈으로 싸구려 술집을 돌아다니며 술을 마신다.

이런 생활을 하는 P에게 시골에서 한 장의 편지가 다시 날아든다. 아들 창선이를 사람편에 올려 보낸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15원을 마련한다. 그리고는 풍로, 냄비, 양재기 숟가락 등을 구입하여 아들과 자취 할 준비를 마치고 어느 인쇄소 문선과장을 찾아간다. 심부름꾼으로 아들을 써 달라고 부탁한다. 일할 아이가 누구냐고 묻자 P는 바로 자기 아들이라고 밝힌다. 아들에게만은 자신과 같은 인텔리 실직자를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2. 지식인

1930년대 젊은 지식인들은 고등교육 공부를 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좋은 급여를 받고 훌륭한 위치에서 대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인텔리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결국 실업자는 늘어갔다. 「레디메이드 인생」 주인공 P 또한 일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지식인이다.

단편소설 「레디메이드 인생」은 1934년 『신동아』에 발표한 작품이다. 1930년대는 일제의 억압정치가 노골화되던 시기로 조선농지령 공포에 의해 경제수탈은 가속화 되었으며 수탈에 의해 몰락하는 지주가 속출하였다. 붕괴된 경제상황에서 지식인들은 설 자리를 잃고 고등실업자가 되어야했다. 이러한 시기를 대변하는 「레디메이드 인생」은 채만식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당대 실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P를 통해 나타난다. 사회에 적응하여 일을 하려고 노력해도 받아줄 곳이 없는 현실에서 지식인은 스스로 좌절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엄혹한 시대를 작가의 방식으로 풍자한 소설이 「레디메이드 인생」이다.

취직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지만 모두 실패한 P가 신문사 사장 K씨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며 시작한다. P는 일본에 유학하였지만 중도에 그만두고 귀국한 인텔리지만 취업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허리를 굽히며 K씨를 찾아간다. 그러나 K씨는 P의 취직을 허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농촌에 가서 농촌계몽운동을 하라고 한다.

“그렇지만 내가 늘 말하는 것인데…… 저렇게 취직만 하려고 애를 쓸게 아니야. 도회지에서 월급 생활을 하려고 할 것만이 아니라 농촌으로 돌아가서…… ”

“농촌으로 돌아가서 무얼 합니까?”

-(중략)-

“가령 응…… 저…… 문맹 퇴치 운동도 있지. 농민의 구 할은 언문도 모른단 말이야! 그러고 생활 개선 운동도 좋고…… 헌신적으로.”

“헌신적으로요?”

“그렇지…… 할 테면 헌신적으로 해야지.”

“무얼 먹고 헌신적으로 그런 사업을 합니까?…… 먹을 것이 있어서 그런 농촌 사업이라도 할 신세라면 이렇게 취직을 못해서 애를 쓰겠습니까?”

“허! 그게 안 된 생각이야…… 자기가 먹고 살 재산이 있으면서 사회를 위해서 일도 아니하고 번들번들 논다는 것은 그것은 타락된 생각이야.”

“그렇지만 지금 조선 농촌에서는 문맹 퇴치나 생활 개선이니 합네 하고 손끝이 하얀 대학이나 전문학교 졸업생들이 몰려오는 것을 그다지 반겨하기는커녕 머릿살을 앓을 것입니다…… 농민이 우매하다든지 문화가 뒤떨어졌다든지 또 생활이 비참한 것이 근본 원인이 기역 니은을 모른다든가 생활 개선을 할 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고 조선의 지식청년들이 모두 그런 인도주의자가 되어 집니까?”

K사장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인텔리들을 농촌으로 보내 농촌계몽운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직장을 구하러 오는 지식청년들을 물리치기 위한 방법이었다. 채만식은 K사장을 빗대어 간접적으로 일제의 위선적인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현실을 외면하고 피하려는 K사장과 반대로 P는 현실을 들춰낸다. P는 농민들의 무지함과 일본 문화정책의 위선을 깨닫게 된다.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바쳐 농민 문맹퇴치운동을 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P를 비롯한 인텔리들의 딜레마를 볼 수 있다. 당시 교육정책은 식민 지배를 위한 유화조치였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았다 해도 실용학문이 아니었기에 현실에서는 죽은 지식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텔리…… 인텔리 중에도 아무런 손끝의 기술 없이 대학이나 전문학교 졸업 증서 한 장을 또는 조그마한 보통 상식을 가진 직업 없는 인텔리…… 해마다 천여 명씩 늘어가는 인텔리…… 뱀을 본 것은 이들 인텔리다.

부르주아지 모든 기관이 포화 상태가 되어 더 수요가 아니 되니 그들은 결국 꾐을 받아 나무에 올라갔다가 흔들리는 셈이다.

개밥의 도토리다. 인텔리가 아니 되었으면 차라리 노동자가 되었을 것인데 인텔리인지라 그 속에는 들어갔다가도 도로 달아나오는 것이 99퍼센트다. 그 나머지는 모두 어깨가 축 처진 무직 인텔리요, 무기력한 문화 예비군 속에서 푸른 한숨만 쉬는 초상집의 주인 없는 개들이다. 레디메이드 인생이다.

P가 신문사에서 나와 광화문 기념비각 옆에서 생각하는 모습이다. 기술 없는 인텔리들이 확대 재생산되었고 ‘부르주아지의 모든 기관’에 지식인들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무직의 지식인은 ‘초상집의 주인 없는 개’로 이해되었으며 보잘것없는 ‘레디메이드 인생’이었던 것이다. P는 이러한 일제 교육정책 희생자 중 하나이다.

일제의 기만적인 통치에 의해 소수 친일 엘리트만 사회 진입이 쉬었으며 식민지 사회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역사의식과 개인의 성공 사이에서 방황하는 지식인들에게는 사회 진입의 기회가 철저하게 봉쇄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 구조적인 모순에 의한 실직상태는 P의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P는 무기력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현실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지식인 K사장은 구조적인 모순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굳힌다.

이 작품에서 사회현실을 뼈저리게 깨닫지만 결국 해결 하지 못하고 있는 소극적인 지식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회, 국가에 대해 가졌던 믿음과 신뢰가 사라지고 좌절과 절망감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당시 현실을 외면하고 소극적으로 저항한다. 주인공을 통해 작가 채만식이 경험했던 것과 지식의 무가치함 무의미함을 엿볼 수 있다.

Ⅲ. 생각찾아보기

청년실업률이 2013년 7.4%에서 2014년 8.7%, 2015년에는 9.3%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고용동향’에 대한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15~29세 청년 실업자는 43만3000명으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구직을 포기한 사람과 취업을 기다리는 사람을 합치면 대략 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정부는 이처럼 청년층 실업자가 늘고 있는 이유를 경기침체와 80%가 넘는 대학 진학률, 각종 스펙을 쌓기 위해 취업을 미루는 현상 등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1930년대 젊은 지식인들 또한 고등교육 공부를 하였지만 인텔리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없음을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을 통해 알 수 있다.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현재 대학을 졸업한 젊은 청년들 또한 주인공 P와 같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지식인과 같다. 최첨단 과학으로 탄생한 드론, 3D프린터, 로봇공학, 생체공학, 생명공학, 자율주행차 등장은 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 실업자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쓰시오.

/ 논설위원 황인술

 
 
▲ 황인술 / 논설위원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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