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문학살롱] “그대가 조절하고 맞추시는 조화” : 단테와 음악
[2015 문학살롱] “그대가 조절하고 맞추시는 조화” : 단테와 음악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10.25 2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 서울국제도서전_박상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강좌
 
단테 탄생 750주년을 기념 및 '음악의 이탈리아어, 이탈리아어의 음악'을 주제로 개최된 제15회 세계이탈리아 언어 주간을 맞아 '단테'의 작품 '신곡'에 나타난 음악에 관해 살펴본다. 2015 서울국제도서전 '문학살롱'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박상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의 '단테와 음악' 강좌 내용을 정리했다. / 편집자

[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우리 시대가 단테를 찾는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 연옥, 천국’(내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 대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계속될수록 인생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는 이 작품과 단테를 찾게 될 것이다.

-단테와 음악

단테는 음악가가 아닌 작가였지만 음악에 관심이 많아 이에 대한 언급을 신곡 구석구석에 해놓았다. 이 원문 자체가 원어 100곡으로 이뤄져 있는 음악이다.

‘단테의 신곡’에서 중요한 요소는 ‘구원’이다. 기독교에 입각한 구원이라는 의미는 내세에서 영생을 얻는 것이지만, 단테가 생각한 구원은 현세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사는 우리가 이루는 성취를 포함한다. 명예, 도덕적, 이타적, 사랑에 찬 삶 등 우리 인생을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을 구원의 요소로 묶었다. 이 구원은 신곡에서 음악을 통해 표현된다.

음악의 조화를 통해 잘 표현된 언어가 최고의 문학이라 생각한 그는, 이 최고의 문학을 통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단테에게 있어서 음악의 조화는 하나님에게서 직접 쏟아져 내리는 빗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지옥, 연옥, 천국의 음악… 단테가 생각한 내세

지옥은 영원한 고통만이 있는 장소, 연옥은 씻을 만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있는 정죄의 장소(일시적 고통), 천국은 영원한 행복이 있는 곳이다. 단테는 각각의 곳에서 어떻게 음악이 나타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① 지옥의 음악
단테에 의하면 음악은 곧 하나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즉, 지옥에는 음악이 부재한다. 지옥이 음악에 관련하는 것은 오직 죄의 유혹을 비유하는 경우뿐이며, 천국에서 말하는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지옥에는 말, 질서(시간적), 조화, 달콤함 등이 부재하며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언어가 없다. 신곡에 나오는 지옥의 음악은 슬픔과 비참, 지옥에 사는 인물을 묘사하는 정도에 불과하며, 이는 음악이 아닌 ‘소음’에 불과하다. 끔찍한 얘기, 고통의 말, 분노의 억양, 쉰 목소리, 손바닥 치는 소리 등을 동원해 시각적 이미지보다 청각적 이미지로 혼란스럽고 비참한 지옥의 모습을 묘사했다. 나아가 지옥의 맨 밑바닥(시간이 정지된 세계)에는 소음마저도 없는 철저한 침묵만이 존재한다.

② 연옥의 음악
지옥과는 다르게 연옥에는 희망이 있다. 연옥에서도 지옥만큼 고통스러운 벌을 받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고통이 끝난다는 구원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연옥은 9개의 둘레가 쳐져 있는데 이곳에 9가지의 죄를 지은 영혼들이 분류돼 가둬져 있다. 연옥에서의 음악은 각 둘레마다 들려온다. 수많은 영혼들이 잔디와 꽃밭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하나님을 찬양함으로써 천국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묘사된다.

“아, 그 통로는 지옥의 그것과 얼마나 달랐던가. 저 아래에서는 끔찍한 통곡 소리와 함께 들어갔지만, 이곳에서는 노래와 함께 들어간다” (연옥 12.109-112)

연옥에서 음악이 맡는 세 역할은 부드럽게 독려하는 ‘위로’, 하나님에게로의 통로로서 기쁨과 고통의 노래로 죄를 씻는 ‘정화’, 천국을 가르치는 ‘교화’이다. 달콤한 멜로디로 울려 퍼지는 음악을 통해 생각하고, 배우고, 죄를 씻음으로써 몸이 순수해진 상태로 천국으로 올라갈 준비를 마치게 된다.

연옥의 꼭대기에는 ‘지상낙원’(에덴동산)이 존재하는데 연옥의 음악은 이곳에서 절정에 이르게 된다. 영혼들은 이곳에서 죄의 기억을 망각하고 선의 기억을 부활시켜 찌꺼기 하나 없이 완벽하게 순수해진다. 단테는 음악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구원의 통로를 표현한다.

③ 천국의 음악
천국의 음악은 지상의 음악을 초월한다. 단테는 천국의 노래가 인간의 노래보다 비교할 수 없이 우수하다고 이야기한다.

“가장 달콤한 선율이 흘러나와 아래 세상에서 영혼을 더 끌어당긴다 해도 번개가 찢어놓은 천둥과 같으리니 하늘을 사파이어로 만든 맑디맑은 및 그 아름다운 사파이어의 관을 두르고 있던 저 수금의 소리에 견준다면” (천국 23.91-102)

완벽한 형태의 조화로운 천국의 음악은 하나님(천국)의 것이기에 인간의 차원을 넘어서며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인간적인 것을 통해 하나님을 이해하는 한계가 나타난다. 그러나 단테는 최선을 다해 천국의 음악을 인간의 음악과 언어로 표현해 이를 인간의 이해 범주 안으로 최대한 끌어들였다. 그중 한 예로, 천국에서는 천사들이 여러 개의 원으로 동심원을 만들며 춤을 추는데, 이 장면을 단테가 살았던 13~14세기에 발전하기 시작한 다성악의 요소를 동원해 화음을 이루는 조화를 이끌어냈다.

▲ 강연 중인 박상진 교수

-지옥, 연옥, 천국의 조화

단테는 지옥, 연옥, 천국을 최대한 표현해보려 노력했으나 끝내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아무리 해도 상상 그 이상을 넘어설 순 없었다. 그러나 그는 순간 어떤 것을 깨닫게 된다.

“여기서 나의 환상은 힘을 잃었다. 하지만 내 소망과 의지는 이미 일정하게 돌아가는 바퀴처럼 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시는 사랑이 이끌고 있었다.” (천국 33.142-145)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처음부터 단테를 이끌고 있던 큰 줄기이다. 우주를 조화롭게 관장하는 ‘사랑’은 단테가 어떻게든 표현해보려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계속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를 이끌고 있었다. 지옥, 연옥, 천국으로 연결되는 모든 이야기가 사랑으로 조화롭게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랑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초월자에 대한 사랑(종교적 사랑)이고, 또 하나는 인간에 대한 사랑(서로 간의 도덕적 사랑)이다. 단테가 신곡을 쓴 근본적 원인은 ‘신과 인간의 합일(구원)’이며, 이것을 포함하고 이끄는 것이 ‘사랑’이었던 것이다.

단테가 신곡 내에서 쓴 표현 중 “그대가 조절하고 맞추시는 조화”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그대’라고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이 사랑이 조화를 만들었고, 조화가 구원을 만들어 낸다. 즉, ‘조화=사랑=구원’의 공식이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사랑이다. 음악, 조화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끈다고 할 때 그런 조화를 만들어 내고 유지시키는 힘은 사랑에서 나온다. 단테는 음악을 통해 구원의 경험을 표현했고, 음악의 조화와 같은 사랑의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