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신문 방재홍 발행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는 사라져가는 많은 유산들을 걱정하는 가운데 지구가 멸망할 깨까지 살아남을 세 가지를 공장, 택배, 그리고 신문을 꼽았다.
신문사가 신문의 무한성을 강조할 때 흔히 이 예를 들곤 한다. 빌 게이츠는 사람이 살아가려면 누군가가 무엇을 만들어야 하고(공장) 누군가가 물건을 배달해줘야(택배)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관점이라면 신문은 약간 의아하다. 신문은 시대의 기록물이고 역사의 현장을 담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 기록을 하고 남겨야 한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즈 사시(社是)는 ‘인쇄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뉴스다’이다. 인쇄매체의 의미를 한껏 강조한 자부심의 절창이다. 신문은 인쇄매체의 대표선수다. 신문이 온라인 시대에 밀리면서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을 듣는다. 인쇄문화의 쇠락하는 소리도 들린다.
인쇄문화는 한국이 종주국임을 자부하고 있다. 그 배경은 금속활자 등 놀라운 유산이 바탕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된 ‘직지심체요절’(1377년)도 있다. 조선시대 계미자, 갑인자 등 금속활자도 있다. 모두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훨씬 앞선 것들이다.
그러나 구텐베르크 활자는 서양문명의 획기적 발전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식의 대량 보급과 유통이 가능해지고 성경의 대량 인쇄 등은 결국 르네상스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금속활자 발명 원조의 자부심은 우리 인쇄문화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지만 구텐베르크에 비견할만한 기념비적인 성과물을 못 낸 것은 선조들 보기에 부끄럽다. 활자가 컴퓨터에 밀리면서 인쇄는 특히 젊은이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신문이 아침 배달됐을 때의 인쇄기름 냄새, 바스락거리는 촉감, 지면을 넘기면서 눈에 들어오는 그날의 기록들, 점차 추억이 될 것 같다.
9월 14일이 인쇄문화의 날이다. 올해로 벌써 27회 맞고 있지만 늘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다.
청첩장이 날아오는 계절이다. 후배가 아들 청첩장을 쐈다, 카톡으로. “에이 망할 녀석” 허허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