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권위가 사라지고 있다
세계를 상대로 한 희대의 사기극으로 막을 내린 ‘황우석 사태’는 우리 사회의 취약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성과지상주의, 속도주의, 외형주의 등 우리 사회의 폐해가 한데 어우러진 후유증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제기되는 것은 우리 사회 ‘지식 권위’의 몰락이다. 사회구성원의 합의를 얻은 ‘지식에 기초한 권위’는 그 학문적 역할과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게 된다. 줄기세포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우리는 그 지식에 열광했고, 그것을 권위로 인정했다. 그래서 이 열광의 도가니에 찬물을 끼얹는 <pd수첩>을 야유했으며 파생된 여러 가지 문제들마저도 포용하려 했다.
그러나 우리가 열광했던 그 지식이 아예 없단다. 국제적 망신은 제쳐두고라도 우리가 느끼는 허탈감은 크기만 하다. 그래도 자생적으로 걸러냈으니 우리 사회가 그만큼 발전했다고도 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과학계를 정비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항변도 우리가 느끼는 ‘지식 권위’에 대한 허탈감과 배신감을 매워주지는 못한다.
권위의 몰락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치인, 국회의원들의 권위는 몰락한 지 이미 오래되었고, 말하길 즐겨하는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권위가 없다고도 한다. 또한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의 성행으로 교권의 권위는 몰락을 지나 이미 땅바닥에 떨어질 때로 떨어졌다. 과거 아버지가 지니던 가부장적 권위는 구습의 권위주의라는 타이틀을 달고 밀려났다.
이렇듯 과거의 권위주의는 분명 해체되고 있지만 새로운 권위구조는 쉽게 모색되고 있지 않다, ‘권위와 권위주의의 경계’마저 모호하다. 이 책은 권위에 대한 상실감으로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조대엽, 박길성 외 지음/ 굿인포메이션/ 312쪽/ 15,000원
독서신문 1396호 [2006.1.15]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