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의 핵폭풍, 도서 정가제
출판계의 핵폭풍, 도서 정가제
  • 독서신문
  • 승인 2007.10.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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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도서 정가제에 출판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독서신문

지난 20일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서정가제 개정법이 본격 시행 되었다. 기존의 도서정가제는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책값보다 신간을 싸게 팔 수 없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로 2003년 2월부터 시행되어왔다. 하지만 시행된 이후 도서 정가제는 출판계에 있어 많은 문제점을 불러 왔다.
 
기존엔 어땠나?
기존에 시행중이던 출판 및 인쇄진흥법의 기본 골자는 발행한 지 1년 이내의 책에 한 해 정가 판매를 의무화하되, 인터넷 서점의 경우 1년 이내 책이라 하더라도 10% 범위 내 할인 판매를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단 법안의 적용 시한은 5년을 두고 있었다.

이러한 도서 정가제는 인터넷 서점의 폭발적인 성장을 불러 일으켰다. 비록 10%의 할인율만 적용받고 있었지만, 여기에 더해 20%에 이르는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의 도서 정가제는 무너졌다. 이러한 미흡한 법 규정은 지난 5년간 온라인 서점이 271%의 외형 성장을 기록한 반면 오프라인 서점은 3천여개가 문을 닫는 등 서점가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나아가 출판사들의 파행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그 갈등을 심화 시켰다. ‘1+1’ 이라는 명목으로 책 한권 구입에 다른 새 책 한권을 경품으로 주는 마케팅 상품이 등장 했으며, 이는 심화 되어 '1+2'를 넘어 '1+3'까지 과열되고 있다. 또한 책에 부록으로 고가의 경품이 함께 제공되었다. 인터넷 할인가 6000원짜리 책에 시중가 2만원 대의 화장품이 경품으로 제공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바로 작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출판계의 양극화로 이어졌다. 즉, 엄청난 할인폭과 경품제공이 가능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대형 출판사만이 현상을 유지해 나가거나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또한 할인 경쟁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과도 경쟁이 될 경우 애초에 정가를 책정할 때 그 할인폭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어 전체적인 책 값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할인폭이 적용되지 않는 오프라인 서점의 몰락으로까지 이어져 소비자나 업계에나 득이 될 것이 없게 되었다.

이에 출판사와 서점들은 2년 전부터 끊임없이 개정 논의를 지속해 오며 서로간의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을 좁혀 왔고, 결국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하고, 7월 19일 새로운 개정법이 공표 되었다.
 
무엇이 바뀌나?
 
개정된 법의 핵심은 이러하다.
 
□ 기존의 5년이었던 도서 정가제 적용 시한 폐지
 
□ 신간서적의 기준이 되는 기간이 발간된 지 1년에서 1년 6개월(18개월)로 연장
 
□ 온라인 서점에 국한했던 신간 10% 할인을 오프라인 서점에 적용
 
이번 개정안은 책에 표기된 가격대로 받는 완전한 정가제로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 치열해진 마케팅 경쟁 현실을 감안 했을 때, 온ㆍ오프 서점, 양쪽에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그 개선점을 찾아 볼 수 있다.
 
각 업계의 반응은?
 
1. 온라인 서점

현재 가장 시급한 업계가 바로 온라인 서점계이다. 엄청난 할인폭을 무기 삼아 공격적 마케팅을 벌여온 만큼, 자신들의 장점이 타격을 받게 된 온라인 서점계는 실질적인 매출 감소를 걱정하게 되었다. 현재 예스24ㆍ알라딘 등 온라인서점 홈페이지에는 개정법 시행에 대한 독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온라인 서점들은 대형 인터넷서점들이 선두주자가 되어 독자 서비스와 콘텐츠를 대폭 강화하는 방식의 서비스 경쟁을 선택하였다.
인터파크도서 이미정 마케팅팀장은 "이번 출판및인쇄진흥법 개정안에는 좋은 책을 더 많이 세상에 나오게 하기 위한 출판사들의 노고와 그것을 유통하는 서점들의 의지가 녹아있다고 본다"며 "대부분의 인터넷서점들이 가격 경쟁을 자제하고 더 좋은 양질의 서비스와 콘텐츠로 승부하고자 하는 의지들을 갖고 있을 줄 안다"는 말로 이번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출판계와 서점계가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2. 오프라인 서점

사실상의 도서정가제를 유지해온 오프라인 서점들은 온라인 서점으로 몰렸던 수요를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하고 있다.
사고 싶은 책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읽어보고 살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온라인 서점에게 뒤처졌던 가격할인까지 가능하게 되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편에선 "오프라인 서점도 신간에 대해 10%까지 할인이 가능하게 됐지만 정가로 판매하지 않으면 이해타산이 맞지 않아 실제로 할인을 하는 오프라인 서점들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 또한 나오고 있다.
 
3. 출판

현재 많은 출판사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서점에 약 5% 정도 싸게 책을 공급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 서점의 비중이 점차 강해지고, 저가 할인이라도 매출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도서 정가제 이후에는 오프라인 서점에도 이러한 가격으로 공급을 하게 될 경우 이는 다시 한번 할인 마케팅의 전쟁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고, 책값의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또한 높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자금력이 취약한 군소 출판사는 큰 타격을 입어, 양극화가 지금보다도 가속화 될 염려가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어짜피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 체계적인 출판 인프라가 구축되려면 도서 정가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것이다.

지난 9월 12일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이하 영인회) 주최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정에 따른 유통 대토론회’에서 한 토론자는 “세계는 도서정가제가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로 나뉘어져 있다” 라고 정의 하면서 10명~50명 사이의 소형 출판사와 50명 이상의 대형 출판사가 잘 조화를 있음을 예로 들며 도서정가제 유무의 핵심은 전세계를 영어 문화권으로 묶으려는 시도와 일본어?프랑스어?독일어?한국어 등의 독립 문화권을 지키려는 시도라고 평가 했다.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탁월한 문자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한글 문명권을 지키는 그 최첨단에 바로 우리 출판계가 자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지금까지는 붕괴된 도서 정가제 아래서 힘겨운 싸움을 해왔지만 이번 개정안과 함께 확실하게 도서정가제가 있는 나라로 포지셔닝해야 하고, 그것도 영업자들 사이에서의 자발적인 논의를 통해 정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법으로 인해 규제를 받는 것이 아닌 출판계에서 자체 정화를 인식하고 우리 문명을 수호는 책임 아래 가장 중요한 인프라임을 제대로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4. 소비자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반발이 심하다. 지금껏 누려왔던 인터넷 서점의 각종 할인 혜택을 잃어버리게 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시장자본논리를 역행하는 행위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근 5 년 동안 서점이 주는 금전적 이득과 출판사에서 주는 각종 서비스에 이미 물들어 있는 것이 소비자들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도서 정가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늘어가고 있다. 도서 정가제의 근본적인 목적인 우리나라의 출판 시장의 수호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판촉물에 의해 책을 사는 것은 결국 독서인들에게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며, 결국 그 것이 책 값의 인상에 한 축을 담당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도서 정가제 없이는 베스트셀러만이 서점가에 장식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시장자본논리를 이야기 하려면 출판사 측에서는 당연히 팔리는 책만 출판하게 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출판 또한 하나의 산업이기에 경제적 논리에 따라 도서 정가제라는 것이 출판계 전체를 술렁이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책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을 이유 때문에 oecd 국가 중 최저의 독서량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경제적 논리를 떠나 보다 더 우리나라 출판계의 기반을 확연히 다질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어짜피 책을 사 볼 사람들은 그 가격의 고저를 떠나 사보기 마련이다. 담배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애연가들이 담배를 끊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록 처음 독서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가격의 부담스러움으로 인해 독서 인구의 정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시장에 등장한다면 이 또한 언젠가는 해결될 문제라고 믿고 싶다.

도서 정가제라는 하나의 제도가 인류가 만들어 낸 최고의 지식의 보고 ‘책’을 우리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할 수 있는데 이바지 했으면 하는 희망적인 기대를 해본다.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nove@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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