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산 사람을 위한 A/S로, 연극 '수상한 흥신소'
죽은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산 사람을 위한 A/S로, 연극 '수상한 흥신소'
  • 박민아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4.05.19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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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박민아 객원문화기자] 남들이 보기엔 한량 그지없는 백수지만 옷차림만큼은 고시생인 오상우. 그는 남다른 시력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보기 싫어도 자꾸 눈에 걸리는 형체가 있으니 귀신이다.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어야 했건만 무슨 사정인지 여태 이승을 배회하는 영혼들 때문에 애꿎은 상우만 괴롭다. 산 사람 소원도 못 들어줄 처지에 죽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 달라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붙는 영혼들. 그야말로 처치곤란이다.

▲ 연극 <수상한 흥신소> 공연 장면 [사진 제공=씨즈온]

죽은 자도 할 말이 있다

두 눈을 가리고 두 귀를 막아서라도 피하고 싶었던 귀신들과의 만남. 못 본 척도 해보고 대놓고 무시도 해봤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간신히 상우와 대화할 기회를 얻은 동연이 상우의 특별한 능력을 살려 비즈니스를 해보지 않겠느냐 제안하고 구애 아닌 구애에도 꿈쩍 않던 상우는 귀가 솔깃해진다. 그렇게 한 맺힌 영혼들과 거래를 하게 된 상우는 본격적으로 흥신소 영업에 나선다.

손님들의 요구는 각양각색이다. 오디션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18세 힙합 가수 지망생, 염라대왕 당선을 위한 유세를 부탁하는 정치인, 조직원들의 돈을 훔쳐와 달라는 다소 위험한 건달까지 저마다 이루지 못한 꿈과 삶에 대한 미련을 안고 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던가. 아무리 외쳐도 들어줄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닐까?

어느 날 갑자기 내일이 사라진, 혹은 내일에서 사라져버린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정리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건 꽃다운 나이의 청년도 허리가 다 구부러진 노인도 다르지 않다. 이승과의 유일한 통로가 되어주는 상우를 만났을 때 그들이 가장 절실히 바랐던 건 자신의 마지막에 고하는 작별인사다. 막연히 내일, 1년 후, 10년 후를 그리던 사람들에게 그 세월을 대신할 이곳에서의 추억이 필요했던 것일 수도 있다. 더 이상 살아갈 날이 주어지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남겨진 사람과 완전히 이별하기 위해서, 그들의 마지막 한 마디를 세상에 남기고 갈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 연극 <수상한 흥신소> 공연 장면 [사진 제공=씨즈온]

남겨진 사람에 대한 배려

그 한 마디가 절실한 건 비단 유령만이 아니다. 부부로 살아온 십 수 년에 아내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하는 경비아저씨, 연인의 죽음으로 살아갈 의미를 상실한 정윤에게도 갑작스런 이별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직도 옆에 있는 것처럼 그들과 함께한 추억은 생생한데 현실에선 만날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남겨진 사람에게도 떠난 사람과 작별을 고하는 건 중요하다. 경비아저씨와 정윤은 오늘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상우를 만나러 온 유령들은 미처 정리하지 못한 본인의 생을 갈무리하기 위한 영혼들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통해 남겨진 사람들은 살아갈 힘을 얻는다. 경비아저씨의 부인은 주인 없는 핸드폰에 문자를 보내는 남편이 걱정되어 주변을 맴돈다. 자신의 죽음으로 함께 약속한 미래를 잃어버린 정연이 안쓰러워 그녀의 연인도 쉽사리 떠나지 못한다. 자신의 죽음을 통탄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다. 이 두 영혼의 소원이 남겨진 사람을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영혼들은 상대의 응어리 진 감정을 어루만지고 마침내 헤어짐을 고하게 함으로써 혼자 감내해야 할 고통을 나눠지고 떠난다. 남편과 연인이 몸과 마음을 추스르길, 그 시간을 기다려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죽은 사람의 넋이 상우의 도움으로 우는 사람을 직접 달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죽은 사람의 사연을 들어주는 것에서 그 죽음 뒤에 남겨진 산 사람을 위로하게 되었다. 유령이 된 이들의 소원은 산 사람이 인생의 제 2막을 올릴 수 있도록 고장 난 몸과 마음을 보살폈다. 남겨진 사람은 떠난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킴으로써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스스로에게 부여할 수 있었는데 이는 영혼이 된 이들이 진심으로 바라 마지않는 일이었다. 죽은 사람의 의뢰는 남겨진 사람에 대한 작은 배려였다.

산 사람은 죽은 사람을,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을 생각한다

귀신을 보는 상우를 매개로 완전한 분리라고만 여겼던 삶과 죽음에도 접점이 생겼다. 얼굴을 마주하고 살을 맞대는 건 여전히 기대할 수 없다. 같은 공간에서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유일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립고 애틋한 마음, 고맙고 미안함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고백할 수 있다는 것으로 족하다. 그렇게 산 사람은 죽은 사람을 생각했다.

목소리를 들려줄 수는 없지만 그저 들을 수 있어 감사한 영혼도 있다. ‘괜찮다.’ 말하지 못 해 속으로 삭이던 감정을 ‘괜찮아질 거야.’ 답하는 것만 같은 상대방으로부터 위로받았다. 그렇게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을 생각했다.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을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대학로의 스테디셀러, <수상한 흥신소>는 익스트림씨어터에서 오픈런으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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