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 연극 '수상한 흥신소'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 연극 '수상한 흥신소'
  • 윤미나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4.05.1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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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윤미나 객원문화기자] ‘죽은 영혼을 볼 수 있다’는 소재는 어찌 보면 해묵은 것이지만, 그 소재 자체만으로 여전히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기도 한다. 2010년에 초연한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 죽은 영혼을 볼 수 있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죽은 영혼과 산 사람의 대화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사랑’에 대해 전하고 있다. 대학로 연극들은 관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흔히 ‘과장된 웃음’이나, ‘억지 감동’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혹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 다르다. 가벼운 말장난 안에도 삶과 사랑에 대한 애환을 자연스레 녹여내고, 반대로 삶과 사랑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 안에도 그만의 유머로 관객들을 미소 짓게 한다.

▲ 연극 <수상한 흥신소> 이미지 [사진 제공=씨즈온]

죽은 영혼의 의뢰를 받는 흥신소

죽은 영혼을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 '상우'는 겉보기에는 다소 한심해 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죽은 영혼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숨긴 채 ‘평범한 삶’을 꿈꾸며 백수 혹은 고시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자꾸만 나타나는 한 영혼이 있다. 어두운 얼굴을 한 채 상우의 곁을 맴도는 남자는 말이 없이 그를 바라볼 뿐이다. 그와는 대조되는 죽은 영혼, 만화가를 꿈꾸다 죽은 여고생 '오덕희'는 적극적으로 상우에게 부탁을 한다. 자신의 마지막 꿈이었던 '만화 공모전 도전하기'를 대신 이뤄달라는 것이다. 공모전 당선금이 500만원이라는 말에 혹한 상우는 덕희의 꿈을 이뤄주기로 한다. 이를 쭉 지켜보던 말없는 영혼, '김동연'이 상우에게 희한한 제안을 하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동연은 사실 경영학과 출신의 엘리트로, 상우가 죽은 영혼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죽은 영혼들의 의뢰를 받아 한을 풀어주고, 값을 받는 이 희한한 회사는 이름하야 '수상한 흥신소'다. 죽은 영혼들에게 돈을 받아내겠다는 기발한 발상과, 죽은 영혼들이 가지고 오는 기가 막힌 의뢰 내용이 극을 풍부하게 해준다. 흥신소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힙합 지망생', '대통령 지망자', '개', '건달' 등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수상한 흥신소는 힙합 지망생에게 ' 슈퍼스타'를 패러디 해 오디션 자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대통령 지망자에게 염라대왕 자리에 유세를 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렇듯 그들의 삶에 대한 미련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은근히 정치권을 풍자하기도 하고, 해학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 이 연극만의 매력이다.

▲ 연극 <수상한 흥신소> 이미지 [사진 제공=씨즈온]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

우리나라에서 '죽은 영혼을 보는 사람이 그 한을 대신 풀어준다'는 발상은 비록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수상한 흥신소>에서는 다양한 죽은 영혼들의 산 사람에 대한 집착, 반대로 산 사람의 죽은 영혼에 대한 집착을 교차시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문다는 신선함이 있다. 그 중 중심이 되는 에피소드가 상우가 짝사랑하는 책방 여자 '정윤'과 경영학과 엘리트 귀신 '동연'의 이야기, 그리고 경비 아저씨와 그의 죽은 아내의 이야기, 그리고 상우에게 의뢰하는 귀신 중 가장 간절해 보이는 두목 귀신과 그의 살아있는 아내의 이야기다. 세 이야기는 각각 다른 에피소드처럼 분리되어 있지만, 실은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 그리고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옴니버스 형식이다.

각 에피소드는 처음에 매우 가볍게 그려진다. 상우가 정윤을 짝사랑하며 혼자 야한 꿈을 꾸는 장면, 상우와 동연이 수상한 흥신소를 차리고 죽은 영혼들의 의뢰를 받는 장면 등은 매우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그러나 사실 동연은 정윤과 미래를 약속한 연인 사이였으나, 죽은 영혼이 되자 정윤을 돕기 위해 상우를 이용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죽은 동연만 정윤을 잊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보다 못한 상우가 죽은 영혼을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정윤과 동연이 대화하도록 돕자, 정윤은 "오빠가 죽은 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다."라며 자신의 삶은 곧 동연이었다고 말한다.

‘죽음'이 연인을 갈라놓지 못한다는 것은 경비 아저씨와 그의 죽은 아내의 이야기에서 더 강하게 전달된다. 이 에피소드 또한 매우 가볍게 시작된다. 경비아저씨가 상우의 짝사랑에 훈수를 두고, 아내에게 문자를 보낸다면서 상우가 '사랑해'를 쓰려하자 버럭 화내는 모습에 관객들은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사실 그의 문자는 죽은 아내에게 보내는 미련한 메아리였다. 수상한 흥신소의 소문을 듣고 상우를 찾아온 죽은 아내가 "내가 떠나야 하는데, 남편이 이상하다. 자꾸 죽은 내게 문자를 보내서 걱정된다."고 말할 때, 관객들은 경비 아저씨의 행동을 재해석하며 애잔함을 느낀다. 역시나 상우의 도움으로 보름달에나마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경비 아저씨와, 그런 남편의 옆에서 가만히 들리지 않을 대답을 하는 아내. 죽음도 사랑을 갈라놓을 수는 없었다.

▲ 연극 <수상한 흥신소> 이미지 [사진 제공=씨즈온]

나아가 건달 귀신과 그의 아내의 사연은 '사랑'의 위대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건달 귀신은 20대에 다방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한 뒤, 건달을 그만두고 막노동을 하다 한 쪽 다리가 마비됐던 시절을 상기한다. 연인 시절에는 좋은 향기가 난다며 그를 안았던 아내는, 남편의 다리가 마비되자 썩은 내가 난다며 그가 죽길 바란다. 그런 아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내가 원하는 것'을 해줬어야 했다고 후회하며, 상우를 통해 아내에게 금반지를 주려고 한다. 아내의 모습에 경악하는 상우에게, "사랑하잖혀"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그에게서 우리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편, 다양한 귀신들로 변신해 극을 이끌어가는 ‘멀티맨’들의 연기 또한 극의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나이와 직업이 다른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표현하기 위해 멀티맨들은 끊임없이 옷을 갈아입고 톤을 바꾼다. 몇 초 만에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나 능청스럽게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그들의 재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는 사랑에 대한 감동과, 그 안에 자연스레 녹아나는 유머가 돋보이는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 대학로 익스트림씨어터 1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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