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에 대해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에 대해
  • 양석원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4.02.2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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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 연극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

[독서신문 양석원 객원문화기자]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호스피스 전문의인 오츠 슈이치가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보고 쓴 책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에는 인간이 죽음이라는 커다란 마침표에 섰을 때 하게 되는 '후회들'이 담겨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그리고 그 첫 번째 리스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이 있다.

연극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이하 <7년 동안>)은 제목부터 관객들에게 아련함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7년이란 적지 않은 시간동안 하지 못했던 말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에게 쉬우면서 쉽지 않은 그 말. 바로 ‘사랑해’이다. 연극 <7년 동안>의 배경은 병원이다. ‘사랑해’ 이 한마디가 너무나 듣고 싶은 남자 인호는 교통사고로 부분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이고, ‘사랑해’ 이 한마디가 너무나 말하기 힘든 여자 시은은 인호의 담당 간호사이다.
시은은 인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상담을 받고, 계속해서 조언을 해주는 인호는 알게 모르게 시은에게 끌리게 되며 사랑에 빠지는 러브스토리이다.

▲ 연극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 이미지. [사진 제공=씨즈온]

사랑이야기의 단골 소재인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주인공과 그를 간호하는 간호사. 얼핏 보기엔 진부한 스토리일 수 있으나 <7년 동안>은 적절한 무대장치와 대사 속의 촘촘한 복선, 그리고 관객참여를 통해 공연시간 내내 관객들의 눈물, 콧물, 웃음 모두를 자아낸다. 특히나 이도, 의사, 아버지, 친구 등 1인 8역의 멀티남과 변간호사, 김태희, 김철수 등 1인 5역의 멀티녀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열정은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창자를 뽑아서 젓갈을 담고, 눈알을 뽑아서 구슬치기를 하겠다”는 변간호사는 자연스러움을 넘어 오싹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배우들 스스로 공연팀의 분위기가 최고라고 자부할 만큼, 그들의 연기는 참 자연스럽고 편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투정부리는 인호에게 "술이 아무리 몸에 좋아도 술을 싫어하는 친구한테 억지로 먹으라고 하는 건 강요일 뿐이야. 사랑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야!" 라고 핀잔을 주는 시은의 대화는 흡사 우리네 연인들의 모습과 같다. 무대 위의 연기가 아닌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 같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배우들의 대화에 끄덕이는 관객들의 모습처럼 자신도 모르게 공연에 푹 빠지는 경험을 기대해도 좋다.

당신 곁의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얼마나 자주 하고 있는가. 인호와 시은처럼 생각의 차이로 다투고 있지는 않나. 유쾌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로맨틱코미디 영화 같은 연극 <7년 동안>. 소중한 사람과 함께 공연장을 찾아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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