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을 바라보는 영국인의 관점 -『두 도시 이야기』(찰스 디킨스 著)
프랑스혁명을 바라보는 영국인의 관점 -『두 도시 이야기』(찰스 디킨스 著)
  • 독서신문
  • 승인 2013.12.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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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 <13>
▲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 표지, 영화 <두 도시 이야기>와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포스터(왼쪽부터)     

 
 
 
[독서신문]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영문학사에 길이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현지에선 ‘셰익스피어의 뒤를 잇는 대문호’라는 평가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란다. 굉장히 대중적인 작품을 써내려갔다는 이유로 비평가들의 폄하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위대한 고전들도 처음에는 단순한 대중소설이었던 경우가 많기도 하다. 『제인 에어』라든지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라든지 『데카메론』이라든지….

아마도 이런 것이다. 당시에는 수많은 대중소설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역사의 선택을 받은 작품만이 살아남는다.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것이다. 똑같이 당시 대중의 사랑을 받았어도 역사에게 걸러진 작품들도 분명히 꽤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돈키호테』에 나오는 그 수많은 기사도 소설들을 결국 우리는 현재 접할 기회가 없지 않은가? 이런 게 역사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두 도시 이야기』도 선택을 받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에겐 ‘고전’이 되어 남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의외로 적다. 수시로 고전을 가시화하는 영화계를 생각해보면 무척 해괴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포털에서 검색해 보면 딱 두 개가 나올 뿐으로, 1958년과 1989년 두 작품 뿐이다. 이 작품을 접할 기회를 가진 한국인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다행히 우리는 불과 세 달 전까지 동명의 뮤지컬을 볼 수 있었다. 샤롯데시어터에서 지난 6월 18일부터 8월 11일까지 무대에 올랐던 것이다. 이 칼럼의 제목이 ‘영화에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뮤지컬에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로 조금 달리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독자들도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필자가 생각하기로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정수는 다음 두 개다. 하나는 영국인들이 생각해온 프랑스혁명이고, 둘은 희생하는 사랑의 진수를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이다.
뮤지컬은 아무래도 후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사실 소설에선 굉장히 뜬금없이 이 위대한 희생이 등장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찰스 디킨스는 여기에 굉장한 문장력의 공을 들여서 희생자 심정의 절절함이 절로 독자들에게까지 전달된다.

그래서 마지막 장을 읽다 보면 ‘찰스 디킨스가 이 장면 하나에게 앞서의 모든 상황과 묘사들을 헌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울림도 깊어서 희생자의 심정을 제대로 묘사해내기만 한다면 뮤지컬의 플롯으로도 아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주로 이야기할 것은 바로 ‘프랑스혁명에 대한 영국인들의 관점’이다. 소설의 소개를 보면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오히려 어떤 글에선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찰스 디킨스의 민중에 대한 사랑이 잘 드러났다”고 하는데 필자는 여기에 동의하기가 힘들다.

『두 도시 이야기』는 굉장히 정치적 함의를 가진 소설이다. 혁명 당시의 무질서와 폭력으로 인해 억울하게 잡혀가는 사람들 이야기, 완장질을 하는 빵가게 주인,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는 파리의 거리, 선량하든 안 하든 무조건 공격받아야 하는 프랑스의 귀족들…. 『두 도시 이야기』를 읽다 보면 프랑스혁명에 대해 그리 긍정적으로 서술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보수주의의 창시자라 불리는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고찰’에서 ‘왕을 물리치고 민중을 위하겠다는 프랑스혁명이 얼마나 무질서한 폭동인지’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당시 영국에 퍼지고 있던 프랑스혁명을 동경하던 사람들에 대한 경각심의 의미였다.

이런 이유로 찰스 디킨스가 『두 도시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것이 어쩌면 버크에 대한 응원은 아닌지 조심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 홍훈표 작가(exomu@naver.com)
 

■자유기고가 홍훈표
·연세대에서 경제학 전공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단막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 극본 집필
·지촌 이진순 선집 편찬요원
·철학우화집 『동그라미씨의 말풍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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