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자살여행
기발한 자살여행
  • 관리자
  • 승인 200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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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권하는 사회



얼마 전 모 재벌 그룹의 막내딸이 자살을 했다는 보도가 있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여성갑부가 된 그녀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도 그녀에게 부족했던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한국인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최고라는 통계가 발표됐다. 지난해 자살자만 1만 1523명으로, 하루 평균 3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제 ‘자살’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아르토 파실린나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유머러스하고 경쾌하게 풀어내기로 유명한 작가다. ‘죽음’을 소재로 하는 이 책 역시 자살자들이 토해내는 현실 삶의 우울한 이야기들과 우스꽝스런 사건들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모든 희망을 버리고 오직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극단적인 인물들이 벌이는 일련의 파란만장한 사건들을 블랙유머를 가미해가며 한판의 익살스런 풍자극으로 만들어냈다.


또한 자살자들이 겪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고백을 통해 현대 문명의 발달이 가져온 부조리함을 꼬집고, 종교, 군대, 관료주의 등을 냉소하면서 자살을 권하는 현대 사회제도의 모순을 고발한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여러 번의 파산 끝에 인생마저 파산 난 세탁소 사장, 평화의 시대 설 자리를 박탈당하고 사랑하는 아내마저 암으로 잃어버린 대령 등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삶에 좌절하고 죽음을 향해 달려 나간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삶을 포기하기 위한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꿈꾸게 된다.


자기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주위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볼 때보다 불행한 모습을 볼 때 위안을 느낀다. ‘나만 불행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과 ‘어쩌면 저 사람이 나보다 더 불행할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자꾸만 허전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사회를 탓하면서 비관하지 말고, 이 책을 통해 많은 현대인들이 자신의 공허한 마음을 위로받길 바란다.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솔/ 348쪽/ 9,500원

 

독서신문 1394호 [200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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