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휘지 섬계와 영종도 라이딩
왕휘지 섬계와 영종도 라이딩
  • 독서신문
  • 승인 2013.08.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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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가능한 같은 코스를 피해 새로운 길을 찾아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편이다. 이번 목적지는 무의도와 용유도에 있는 을왕해수욕장이다. 수도권에서 전철과 배를 이용하여 갈 곳, 여름 바다가 있고 갯벌체험과 해수욕, 자전거 라이딩 모두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의도에 도착하여 소무의도로 향했다. 소무의도는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무의도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쏟아지는 뇌우(4만7,000번이나 벼락이 떨어졌다 한다.)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라이딩을 그만둘 수 없는 일, 뇌우를 뚫고 소무의도에서 실미도로 실미도에서 용유도에 있는 을왕해수욕장으로 go go!!! 했다.

이렇게 라이딩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다 인천국제공항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생각나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반가워하면서 빨리 오라한다. 하지만 영종도는 초행길이라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때 내 앞에 하얀 승용차가 멈추었다. 친구였다. 처음으로 차량 에스코트 받으면서 원없이 영종도를 달렸다. 친구 왈, “저 녀석 쓰러질 때가 되었는데 잘 달리네” 생각했단다. 그랬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지치지 않고 30분 이상 시속 25km 이상으로 질주했다. 갈 곳을 정하고 떠났지만 누구를 만날 계획은 없었기에 친구는 더없이 반가웠다.
 
다음은 이언적의 新雪(신설)이다.

新雪今朝忽滿地(신설금조홀만지)/ 況然坐我水精宮(황연좌아수정궁)/ 柴門誰作剡溪訪(시문수작섬계방)/ 獨對前山歲暮松(독대전산세모송)
첫눈 내린 오늘 아침 땅을 가득 덮었으니/ 황홀하게 수정궁에 나를 앉혀 놓았구나./ 사립문에 누군가가 섬계(剡溪) 찾아 왔으려나/ 앞산에 소나무를 나 혼자서 마주하네.
 
이언적은 첫눈 오는 반가움을 ‘사립문에 누군가가 섬계 찾아 왔으려나’로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섬계는 중국 절강성에 있는 조아강 상류로 이곳에 대규(戴逵)가 살고 있었기에 대계(戴溪)라고도 한다.

왕휘지는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어느 날 밤 문득 섬계에 살고 있는 친구 대규가 생각나 배를 타고 찾아 갔다. 그러나 정작 문 앞에 이르러서는 홀연 되돌아오고 만다. 뱃사공이 그 까닭을 물으니 “원래 흥을 타서 갔다가, 흥이 다해서 돌아온 것이니(乘興而行 興盡而反 승흥이행 흥진이반) 어찌 꼭 친구를 볼 필요가 있겠소(何必見戴安道耶 하필견대안도야)”라며 답했다.

안도(安道)는 대규의 자이다. 보통사람 생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여유 있는 모습은 가히 참선하는 승려의 경지이다. 여기서 ‘乘興而行(승흥이행)’은 경우에 따라 ‘乘興而來(승흥이래)’로 바꾸어 쓰이기도 한다. ‘승흥이래’로 해석하여 살펴보면 ‘내 친구 중 누가 왕휘지처럼 지난밤에 흥이 나서 나를 찾아 왔다 그냥 돌아가지나 않았을까’로 이해해볼 수 있다.

대규는 친구가 다녀갔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고 모르고는 중요하지 않다. 한밤중에 자기를 찾아와 줄 친구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아마 내 마음도 왕휘지 마음과 같았기에 힘차게 페달을 밟았던 것 아닌가 생각해본다.

자전거 라이딩으로 돌아본 무의도, 을왕해수욕장, 아시아나항공 스카이쉐프에서 본 항공기 착륙모습, 함께한 친구 모두 소중한 인연으로 남았다.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친구를 만난 특별한 경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나는 옛 친구 찾아 섬계로 떠나는 꿈을 꾸고 있다.

 / 편집위원 검돌(儉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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