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음카페’를 차리며
‘하늘마음카페’를 차리며
  • 김혜식
  • 승인 2007.09.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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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문인 수화(隨畵)에세이집 『구름카페에서 수필읽기』를 읽고
▲ 김혜식(수필가)     ©독서신문
요즘 나는 살맛이 난다. 새벽마다 닭 우는 소리에 단잠을 깨면 계명산 숲의 푸르름이 제일 먼저 눈에 가득 들어온다. 아파트 베란다 창을 열면 싱그러운 바람이 폐부 깊숙이 불어와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다.

이 십여 년 살던 정든 청주를 떠났다. 객지인 이곳 충주로 이사 온지도 벌써 20여 일이 됐다. 이곳 나의 서재에 앉아서 남편의 품처럼 든든한 계명산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여유도 이젠 누리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는 수필가 윤재천의 ‘구름 카페’의 한 칸을 빌려 ‘하늘마음 카페’를 차려 더욱 행복하다.

나는 그곳서 홀로 사색하며 고독에 잠기길 즐긴다. 그런 나를 두고 딸들은 나만의 세계에 늘 갇혀 산다고 놀린다. 나만의 세계는 아직도 순백 그 자체이다. 그 세계인 ‘하늘마음 카페’는 어느 누구나 들릴 수 있는 공간이다. 그곳엔 충주시 진입로에 심어진 사과나무처럼 카페 입구에 갖가지 과일 나무들이 심어졌다. 탐스런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온갖 아름다운 꽃들도 만발해 그윽한 꽃향기가 진동한 곳이다. 충주 댐의 비경처럼 뛰어난 경관도 마련돼 사철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는 곳이다.

나는 ‘하늘마음카페’에서 하늘의 마음을 닮고 싶어 하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진실을 숭상하고 진리를 좇으려는 그들을 위해 가장 순연한 마음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다. 나그네가 ‘하늘마음 카페’에 찾아오면 내가 정성껏 담근 장아찌, 묵은 지, 된장찌개로 소박한 밥상도 차려 주련다.

삶에 시달린 사람들이 찾아오면 따뜻하게 손을 잡으련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을 내 가슴으로 닦아 주고 싶다. 마음의 벽을 허물고 허심탄회하게 삶을 이야기하고 문학을 논하고 싶다. 나만의 세계인 ‘하늘마음 카페’에 여러분들을 초대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마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닌 성 싶다.

나는 이곳 충주에서 상상의 카페를 차렸다. 현대 수필 문인회에서 최근 발간한 『구름 카페서 수필읽기』 중 초대 수필인 윤재천의 수필 ‘구름카페’는 서울 서초동에서 만든 상상의 카페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인 윤재천은 수필을 통해 ‘구름 카페’를 만들며 그곳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어도 좋다고 했다. 그곳엔 아름다운 가슴을 지닌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출입이 허용될지도 모른다. 수필 내용에 따르면 천장과 벽엔 여러 나라의 풍물이 담긴 종을 매달고 싶다고 했다. 문이 열리거나 바람이 불 때면 신비한 소리가 들려 사람들의 영혼을 일깨우게 하고 싶다는 내용에선 저자의 수필에 대한 지순한 사랑을 느낀다.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의 파이프와 민속품을 진열해 구름처럼 떠도는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싶다고 했다. 이는 ‘구름카페’에 세계인들을 초대해 그들과 정서를 교감하며 한국의 수필을 ‘우물 안의 개구리’로 만들고 싶지 않은 저자의 진정한 의도도 배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수필작가들이 쓰는 수필이 국내에서만 머물게 아니라 그 역량이 세계적으로 뻗쳐나가길 소망하는 저자의 바람이 은연중 표현된 게 아닐까.

나도 윤재천의 이 수필을 읽고 깊이 감동받아 내가 감히 그곳에 방 한 칸을 빌려 이렇듯 ‘하늘마음 카페’를 차린 것이다. 나는 아직 윤재천께 정식으로 임대 계약서(?)도 쓰지 못한 상태고 임대료(?)도 지불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학을 사랑하고 특히 수필 쓰기에 여생을 바치고 있는 윤재천께서는 임의로 ‘구름 카페’의 방 한 칸을 차지한 나를 너그러이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구름 카페에서 수필 읽기』엔 기존의 글만 실린 동인지의 식상한 이미지를 크게 탈피해 작가들의 작품 마다 아름다운 수화(隨畵)가 그려진 게 특징이다. 평론가 김우종, 소설가 마광수, 서양화가 박용운, 시인이며 전 한국문인협회 회장이었던 성춘복, 서양화가 임근우, 시인 인 장윤우 등 기라성 같은 여러 예술가들이 그린 수화(隨畵)도 엿볼 수 있어 참으로 품격 높은 귀한 수화(隨畵)수필집이다.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기기조차 아까워 조심스레 넘기며 책 속에 담긴 훌륭한 작가들의 주옥같은 글에 매료 됐다. 또한 아름다운 색채의 수화 (隨畵)에도 혼을 빼앗겨 이 책을 읽으며 무더위도 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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