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편지-공부열광 _ <13> 어처구니가 어처구니로 크는 법
아빠의 편지-공부열광 _ <13> 어처구니가 어처구니로 크는 법
  • 독서신문
  • 승인 2013.04.3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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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황당한 일을 당했을 때 ‘어처구니가 없다’고 합니다. 눈앞의 현실을 믿기 어렵거나 믿기 싫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 ‘어이가 없다’나 ‘기가 차다’는 것과 비슷한 말입니다. 국어사전에서 ‘어처구니’는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어처구니에 대한 어원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맷돌의 손잡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맷돌은 윗돌과 아랫돌이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돌을 돌리는 힘은 손잡이에 있습니다. 만약에 손잡이가 없다면 어떨까요. 맷돌은 무용지물이 되겠지요. 맷돌을 돌리려는데 어처구니가 없으면 당황스럽겠죠. 미처 예상하지 못한 황당한 상황을 ‘어처구니가 없다’고 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어처구니가 떼로 몰려 사는 듯 싶습니다. 인기 작가인 성석제의 소설 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는 제목도 있네요. 그럼 어처구니들은 어디에 살까요. 각계에 다 있습니다. 직장 군대 경로당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꼭 필요한 인물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어처구니들은 청소년입니다.

그런데 부모들은 청소년들을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을 곧잘 합니다. 어처구니인 청소년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하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부모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노력하지 않고 핑계거리를 찾는 아이도 많기 때문입니다.
 
중간고사를 마친 고등학교 1학년생이 부모에게 말합니다. “엄마, 쟤는 게임만 했는데 성적이 좋아요.” 공부를 잘한 친구처럼, 자신도 게임을 했을 뿐이라는 변명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는 실제로 게임을 많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과목에서 우수합니다. 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타고난 영재성으로 설명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는 극소수입니다. 영재성을 지닌 아이는 집중력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 노는 듯해도 좋은 성적을 올립니다. 이런 아이는 인정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를 보고 노력하지 않는 자세를 정당화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기본을 무시하고, 기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한 태도는 부모에게 어처구니 없는 말로 들립니다. 노력하지 않고 결과를 기대한 자세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은 나라의 어처구니입니다. 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어처구니가 되려면 핑계나 변명 보다는 노력이 앞서야 합니다.
 

글쓴이 이상주는?
『세종의 공부』 저자다. 역사작가이고 조선왕실 전례위원이다. 북(BOOK) 칼럼니스트로 각종 글쓰기, 책쓰기 지도를 한다. ‘이상주글쓰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10대가 아프다』, 『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왕의 영혼, 조선의 비밀을 말하다』 등이 있다. http://www.이상주글쓰기연구소.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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