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만 아름다운 거꾸로여덟팔나비의 삶
h날개에 여덟 팔(八)자의 흰 무늬를 가진 거꾸로여덟팔나비는 다른 여느 나비보다 날개가 특별히 화려하지도, 몸집이 커서 눈에 띄지도 않는 우리 이웃 같은 평범한 나비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남들보다 좀 더 특별해지기를 원하는 세상에서 조용하고 평범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 거꾸로여덟팔나비의 일생을 담은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다.
작고 까만 애벌레가 험난한 세상에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한 마리의 거꾸로 여덟팔나비가 되어 다시 알을 낳기까지의 과정을 한국적 다큐멘터리 형태를 차용한 다큐 동화로 담았다.
나비는 아름다운 날개로 인해 항상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나비가 그 신비롭고 오묘한 빛깔의 날개를 갖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알에서 태어나 애벌레가 되고, 다시 다섯 번의 허물을 벗은 후 죽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는 상태인 번데기를 거쳐야만 나비가 된다. 감당할 수 없는 고요함과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하나의 알은 비로소 나비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개의 알과 애벌레, 번데기는 기생벌과 같은 기생성 곤충들과 오목눈이, 곤줄박이 같은 새들의 먹이가 되고 만다. 100개의 알 중에서 두세 개만이 나비가 될 수 있을 뿐이다. 나비가 되어서도 길어야 열흘 정도만 나비로 지내다가 알을 낳고 죽고 만다.
곤충학자인 이 책의 저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곤충을 관찰했다. 그는 세상에 후손이라는 생명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애벌레와 나비가 겪어야 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곤충학자의 오랜 경험과 진지한 눈을 통해 실감나게 표현했다.
김정환 지음/ 김정선 그림/ 언어세상/ 132쪽/ 9,800원
독서신문 1394호 [200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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