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편지-공부열광 _ <3> 노벨상과 수재
아빠의 편지-공부열광 _ <3> 노벨상과 수재
  • 독서신문
  • 승인 2012.10.3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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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어떤 일을 이루는 데는 수재가 필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과학분야에서 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할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았지만 과학 분야에서 수상한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이는 과학의 기초체력 외에 서울 편중과 성실성 부족으로 해석하면 지나친 것일까요.

이웃 일본은 2012년에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은 19명의 노벨상 주인공을 배출했습니다. 그들의 절대 다수는 지방대 출신입니다. 일본의 최고인 도쿄대 출신이 많지 않습니다. 교토대, 교토제대, 나고야대, 도호쿠대, 홋카이도대, 도쿄공대, 나가사키 약학전문학원 등 출신학교가 다양합니다.

야마나카 교수도 고베대를 졸업했습니다. 미국 유학 후 교토대에 자리잡았습니다. 일본의 지방 대학이 세계적 명성을 얻는 것은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 등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나라처럼 서울 쏠림 현상이 심하지 않은 게 결정적이겠죠. 한국은 어떨까요. 지방거점 국립대의 위상이 예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학생들이 서울로, 서울로 몰리기 때문이죠. 사회분위기를 생각해봅니다.
 
평생 돈벌어도 집 한 칸 구하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성실보다는 한탕주의, 손쉬운 돈벌이에 눈이 더 커져갑니다. 그러면서도 세상은 실력사회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사회가 안정되면서 한탕주의는 갈수록 발붙이기 어렵습니다. 서울, 지방을 떠나 성실한 사람이 오래 갈 수 있습니다. 두뇌에 앞서 성실함이 우선되고 있습니다. 연구에 더 몰두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빠른 시간안에 노벨상의 영광을 안을 것입니다.

이는 국립 서울대, 사학의 명문 연세대와 고려대를 위시하여 지방 거점 국립대학인 전북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도 같은 조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일본이 자랑하는 핵물리학자 나가오카 한타로(1865~1950)의 말에서 찾아봅니다. 1903년에 유핵원자모형이론으로 양성자의 존재를 예언한 나가오카 한타로의 제자중에 도후쿠대학의 혼다 고토로 교수가 있습니다. 이 대학 금속재료연구소를 창설한 사람입니다.

산학 협동으로 개발한 금속 플라스틱과 반도체 칩 기술이 최고 수준일 정도로 이 연구소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이 연구소의 초석을 닦은 혼다는 밥 먹고, 잠 자는 시간을 빼고는 연구만 하는 스타일입니다.

혼다 교수의 도후쿠대 재직 25주년 기념식에서 스승 나가오카 한타로가 축사를 했습니다.

“도쿄대에서 혼다 군을 가르칠 때 머리가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혼다 군이 이루어놓은 것을 보니, 어떤 훌륭한 일을 해내는 데는 수재가 필요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학자. 그의 스승은 제자의 업적을 두뇌가 아닌 연구하는 자세에서 찾았습니다. 듬직하게,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몰두를 하는 태도가 큰 일을 이루는 힘입니다.

 
글쓴이 이상주는?
역사 작가, 북(BOOK) 칼럼니스트다. 종묘대제, 왕릉제향 전승자이고, 성균관에서 전통제례를 공부했다. 신문에 신간, 좋은 책을 소개하고, 북칼럼, 역사, 교육, 문화 관련 글을 언론에 연재하고 있다. 문중(門中)의 역사와 인물을 발굴하며, 조선 명문가와 왕실 역사를 집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공부 열광』, 『10대가 아프다』, 『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왕의 영혼, 조선의 비밀을 말하다』 등이 있다. letter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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