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서사시집 <아 삼팔선>
세계 최대의 서사시집 <아 삼팔선>
  • 안재동
  • 승인 2007.08.0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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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머의 <일리아스>를 능가하는 세계문학의 기록적 금자탑
 
▲     © 독서신문
세계 최대의 서사시집 『아 삼팔선』이 출간됐다. 문단의 원로 안도섭 시인의 작품이다. 이 책은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 '섬진강 뱃노래', 제2부 '짖궂은 신화', 제3부 '남부군의 고향', 제4부 '무기여 안녕' 등이다. 4부작의 장편 소설과도 맞먹는 분량인 셈이다.

   안도섭 시인은 이 시집의 머리글에서 "나는 이 서사시를 마치고나서 '작품' 하나를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톨스토이는 만년의 대작 <부활>을 72세에 집필하기 시작, 1889년부터 1899년까지 10년 동안 세 번에 걸친 중단을 거쳐 완성해 냈다고 한다. 이 기간에 그는 개고(改稿)와 연이은 퇴고로 창작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현재 6종의 원고가 남아 있는 것으로도 그의 창작과정이 어떠했는가 짐작이 간다"라면서, 톨스토이의 창작 과정에 대한 의미를 먼저 부여한 뒤, "나는 일흔을 갓 넘어 이 서사시에 달라붙었는데, 4년여의 전력투구 끝에 원고 집필을 마치고 타이핑 때의 퇴고와 월간 <문학21> 지에 연재를 하면서 퇴고를 거듭했던 각고(刻苦)의 소산이었다. 쓴다는 것 이상으로 퇴고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창작 과정상의 어려움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과거 이 대하서사시를 <문학21> 지에 연재할 당시 안도섭 시인은 다음과 같이 서사시를 쓰는 이유를 밝힌 적이 있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이나 이병주의 소설 <지리산>이 같은 맥락의 소재와 주제를 담고 있다 하겠습니다. 나의 경우, 이것을 소설로 쓴다면 방대한 양이 되리라 봅니다. 그러한 내용을 서사시로 쓴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소설이 갖는 느슨한 흐름보다는 서사시의 속도감과 압축성을 가지려 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소설보다는 서사시가 매우 경제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소설보다는 서사시로서 승부를 겨루고자 하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안도섭 시인은 이미 오래 전에 대하서사시집을 낸 적이 있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에 있었던 동학농민전쟁을 다룬 창작 서사시인 <새야 녹두새야>(푸른사상刊, 2002) 인데, 그 이야기는 1988~89년에 창작 발간한 3권의 장편소설 <녹두>(한마음사刊)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그것은 또한 1979년에 '농민문화農民文化'지에 연재하기도 했고, 1980년에는 <황토현의 횃불>이란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가 신군부의 계엄령 발효 당시 서울시청의 검열에 걸려 초판 5000부가 몽땅 몰수당하는 바람에 사실상 햇볕을 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으로 계엄군에 의해 체포될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 뒤 오랜 시간이 흘렀고, 2001년에 이르러서야 <문학21> 지에 9회에 걸쳐 다시 연재하고, 조탁(彫琢)과 증보(뒷이야기 1~2 추가)를 더 거치는 등 내용을 일부 보완하여 2002년 5월 15일에야 단행본으로, 그러니까 초판 후 20여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었다.

   이번에 출간된 <아 삼팔선>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48년 여순병란 때 여수 14연대가 봉기한 데서 시작하여 그네들이 지리산으로 들어가 빨치산으로 활동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인 '섬진강 뱃노래', 1950년 6월 한국전쟁 발발로 인한 민족비극이 시작된 이야기를 다룬 '짖궂은 신화'와 '남부군의 고향', 그리고 38선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휴전선의 의미와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의 힘겨루기에 대리전 역할을 감당해야 했던 우리 민족의 비극과 그로 말미암은 남한 내 빨치산의 운명을 다룬 이야기인 '무기여 안녕' 등의 내용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이는 참으로 비극적인 우리 민족 분단의 역사와 애환을 소설이 갖는 허구성이 아니라, 있었던 사실 그대로를 명징하게 서술하면서도 시적인 구성과 감각을 잃지 않고 서사시화 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시 말하면, <아 삼팔선>은 시행이 2만 5천여 행으로써, 고금을 막론하고 그 작품의 가치가 빛나고 있는 서양의 그 유명한 서사시인 호머의 '일리아스'(1만 5천여 행)를 분량면에서 훨씬 능가하면서도 서사시로서의 완벽한 형태와 구조 그리고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서사시는 안도섭 시인의 첫 서사시집 <새야 녹두새야>에 비해 6배나 되는 분량이기도 하다.

   안도섭 시인은 <아 삼팔선>에 대해 "작품을 구성한 지 30여 년, 그간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미국, 소련, 일본, 북한 등의 수많은 관계서적과 각종 신문 스크랩, 희귀한 증언을 모으고 연구를 거듭했다"고 머리글에서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서사시 <아 삼팔선>은 통일을 바라는 꿈이 나로 하여금 혼신의 힘을 다하도록 했는지도 모른다. 이 아프고도 엄혹한 전쟁 이야기를 내 무딘 붓으로 얼마만큼 그려냈는지는 오로지 독자가 판단할 몫이며, 여러분의 채찍을 겸허히 기다릴 따름"이라며 진지하고도 겸허한 말을 남겼다.

   한편, 김규동 원로시인은 이 책에 대해, "4권의 이 대하서사시는 오래간만에 우리 문단이 맞는 하나의 쾌거다. 시인들은 줄기차게 단시는 써왔으면서도 호흡이 긴 서사시나 장시에 대한 의욕이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은 듯싶은 요즘 시대에 안도섭 시인의 대담하고 스케일이 큰 이번 시도는 주목을 끈다"라고 전제 한 뒤, "이 작품이 가진 문장의 특색은 평이한 언어구사, 정서적인 서술, 리듬을 중시하고 행간을 절약함으로써 상상력을 넓히는 것 등등의 특색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분단이란 무엇인가. 그 본질은? 이제는 진실로 본질을 규명할 때다. 여러 가지 통일담론과 방법론이 말해졌으나 참으로 우리의 가슴을 울리게 하는 본질론은 아직껏 규명되지 않았다. <아 삼팔선>이 그려낸 지리산과 6·25전쟁 묘사는 무척 개괄적이지만 사실에 충실한 것 같다"라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김희수 교수(송호대, 시인·문학평론가)는 "혹자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평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세계문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민족적 성향이 내재된 작품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시기에 우당 안도섭 씨의 대하서사시집 <아 삼팔선>은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을 대표할 만한 문학사적·민족사적 쾌거인 동시에 한국문학에 푸짐함을 보태었다"라고 말한 뒤, "이 서사시집<아 삼팔선>은 서사시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숭고하고도 장엄한 운문으로 역사나 신화에 나타난 영웅적·국민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분량, 주제, 시적 형상화, 내용 선정의 범주 등을 고려해 볼 때 "세계적인 서사시집 호머의 <일리아스> 보다 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라고 그의 서평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아 삼팔선>이야말로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을 통틀어 서사시의 금자탑이라 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며, 그것은 문학분야에서 이 시집이 갖는 당연한 귀결이 될 것이다. 또한 이렇게 탁월한 작품을 세계문학 정상의 반열에 올려 놓을 수 있도록 온 한국문인과 한민족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

  
▲ 안재동 시인·평론가     ©독서신문
안도섭 시인은 1933년생으로 1958년에 조선일보와 평화신문의 신춘문예에 각각 당선하였고 <현대문학> 편집기자, 대한일보 기자, 전남매일신문 문화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고문으로 있다. 전라남도 문화상과 한글문학상 본상, 탐미문학상 대상, 허균문학상 대상, 설송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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