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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는 병원마다 들쭉날쭉한 수술 환자의 입원치료비를 미리 정한 가격으로 내는 제도다. 7월부터 병·의원급에 적용되고 내년 7월에는 종합병원에도 시행될 계획이다.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평균 21% 줄고, 의료 과소비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주장은 다르다. ‘포괄수가’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진료 행위나 수술에 필요한 검사 횟수 등에 상관없이 모두 진료비가 같다면 앞으로 환자에게 최소의 의료 서비스만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날 게 뻔하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 의료보험 수가가 이미 원가의 70%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를 기초로 해서 산정되는 ‘포괄수가’ 역시 최소한의 진료만을 강요하게 돼 의사의 경영 여건을 떠나 환자에게 돌아갈 의료의 질은 너무나 열악해져서 오히려 손실만 키우는 제도가 될 것이 자명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인술(仁術)’은 사라지고, 의료 기술만 남은 의료계 풍토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독점적 진료권을 앞세워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몰염치”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수술 거부에 대해 의료법은 물론 공정거래법도 적용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중요한 것은 상충되는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과 충분한 합의 과정이다. 수술의 난이도 등과 상관없이 똑같은 진료비를 지불하는 ‘포괄수가’ 산정의 근본적인 개선, 무엇보다 ‘포괄수가제’ 작업을 총괄할 의사 전문가위원회를 상설해 미래 국가의료의 큰 방향을 정하는 정책이 졸속으로 시행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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