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34> 이형상의 독서친구
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34> 이형상의 독서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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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1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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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길이 그린 『탐라순력도』 중 ‘대정조점’     ©독서신문
[독서신문] “가장 좋은 친구는 공부하면서 사귄 친구다.”

국립제주박물관에는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가 있다.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인 ‘한라장촉’이 실린 이 그림은 조선 후기 제주지역의 관청과 군사 등 시설과 지형 및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탐라순력도’는 조선 숙종 때의 실학자 이형상(李衡祥·1653∼1733년)에 의해 만들어졌다. 1년 6개월간 제주목사로 근무한 그는 자신의 각 고을 민정시찰 과정을 화공 김남길에게 그리게 했다.

이형상은 48세에 정계 1차 은퇴 후 경북 영천에 자리를 잡는다. 고향은 인천이지만 경주부윤 등을 지낼 때 지역 유림들과 가까이 지낸 게 인연이 됐다. 그는 권력을 잡은 서인중 소론계열에 속했으나 올곧은 성격으로 집권층의 잘못을 비판하곤 했다. 이에 외직을 전전해야 했다. 12년 동안의 관직생활 중 지방 수령을 한 게 8년이나 된다.

지배층의 행태에 시대적 한계를 본 그는 영천에 호연정(浩然亭)을 짓고 저술과 후학 교육에 힘쓴다. 이 생활은 거의 30년간 지속되며 225권의 많은 책을 낸다. 그의 타의에 의해 정치은퇴한 한계상황은 『영양우거서((永陽寓居序)』에 나와있다.

“의지가 없는 외로운 뿌리 약한 세움은 온갖 험난을 고루 맛보았고, 끝의 비추임과 남은 빛은 또한 풍진 기로에 닦고 닦은 보람이로다. 나이 50에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 이제는 휴양이나 할까 하노라.”

하지만 벼슬을 통해 직접 민정을 챙기겠다는 실학 정신을 버리지는 못했다. 같은 글에서 이형상은 “요순같은 성군은 차마 영영 이별을 하리요. 일찌기 이루지 못한 뜻은 늦게나마 혹 이룰 수 있으리라. 시골에 몸을 던져 생활하며 몸을 간수하고 조정에 이름 두었으니 언제든지 명을 받들어야지”라고 적고 있다.

그의 뜻은 28년 후 다시 이루어진다. 75세에 경상도소모사(慶尙道召募使)로 나간 것이다. 그는 난을 일으킨 이인좌(李麟佐)의 진압에 공을 세운다. 그러나 모함을 받아 투옥된다. 곧 석방된 그는 한성부윤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세상을 더 밝게 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호조좌랑 시절에는 청나라에 보내는 세폐포(歲幣布)가 예전보다 9척이나 긴 것을 알고, 원래의 길이로 되돌렸다. 주위에서는 청나라와의 관계 때문에 우려했지만 그는 ‘아닌 것은 아니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유교적 관점에서 학문 진흥과 문화재 보존, 미신과 악습 타파에 나선 그의 가치관은 자녀훈에도 이어진다. 그는 아이의 공부를 강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도학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고 교육한다. 그러면 글도 뛰어나게 되고 일도 잘 풀림을 말한다. 그는 또 “공부하려는 마음이 독실하다면 나는 아들을 잘 둔 것”이라며 독서에의 전념을 독려하고 있다. 이형상이 아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1. 아이들을 공부시켜라. 도학은 공부의 과정에 있고, 여기에서 글과 사업이 완성된다. 너의 마음이 독실하다면 사람들은 나에게 좋은 아들을 두었다 할 것이다. 2. 독서의 뜻을 찾아라. 부귀는 사람들이 꼭 원하지만 공명은 내 뜻이 아니다. 이 마음 가는 곳을 구하려 하니 부끄러움도 없고 또한 무리함도 없다. 3. 도학을 연마하라. 사물에는 당연한 이치가 있다. 마치 길과 같으므로 도라 이른다. 실행하여 마음에 얻는 바가 있는 곳에 비로소 도를 연마함이 좋을 줄 안다. 4. 친구와 잘 지내라. 이 세상 모든 사람 다 형제인데, 공부를 통해 사귄 친구는 더 좋다. 옛부터 친구는 서로 일깨워 주는 사이다. 그래서 도덕이 더 깊어진다. 5. 손님을 잘 접대하라. 새로 사귄 친구나 예전부터 아는 친구나 모두가 손님이다. 널리 사랑하되 좋은 사람과 친해야 한다. 6. 현실에 만족하라. 짧은 오리, 긴 학의 다리 짧다 길다 할 수 없다. 봄 쓰르라미 가을을 모르고 가을 쓰리라미 봄을 모른다. 어느 것이 만족스럽고 어느 것이 부족하다 할 수 없다. 나는 타고난 분수에 만족하려 한다. 7. 이웃과 화목하라. 지역 사람 모두 선하면 좋지만 선과 악은 항상 서로 연관이 있다. 내가 진실로 선을 행한다면 이웃과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

 / 이상주(『공부 열광』, 『10대가 아프다』, 『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왕의 영혼, 조선의 비밀을 말하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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