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33> 윤선도의 과거시험
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33> 윤선도의 과거시험
  • 독서신문
  • 승인 2012.06.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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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조선의 대표적인 정객이자 시조시인인 윤선도(尹善道, 1587~1671년)가 지은 「어부사시사」의 일부다.

고산(孤山) 윤선도는 송강 정철과 국문학의 쌍두마차 격이다. 「어부사시사」는 정치적으로 실각해 은거하던 시절에 보길도의 아름다움을 춘하추동 각 계절별로 노래한 것이다.

한국 정치사와 문학사에 우뚝 선 그가 활동하던 인조 효종 때의 정치 양대축은 남인과 서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남인은 서인에게 밀렸다. 그래서 남인의 구심점인 윤선도는 20여년의 유배와 20년 가까운 은둔생활을 해야 했다.
 
그는 정치 핵심에서 밀려난 시기에 유교적 이상 사회를 더욱 꿈꾼다. 그 의지는 한편으로는 문학으로, 또 한편으로는 가훈으로 나타난다. 자연을 노래한 예술성 높은 시조에는 유교 윤리관이 녹아 있다. 정치적 울분의 시기임에도 삶의 치열함이 아닌 자연의 유유자적함을 노래했다.

이는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유복한 환경 덕분이기도 하다. 그는 서당 향교 등 교육기관에서 기초필수 수신서인 『소학(小學)』의 이념을 주변부터 실천하려고 했다. 유학자는 사람을 바른 길로 이끌고,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런 이상적인 정치가 유학의 실현이고 소학에서 주장하는 실천사상이라고 보았다. 마음과 재산이 풍족한 윤선도의 소학사상은 베품으로 이어진다.
 
『소학(小學)』의 이념 실천은 윤선도의 4대 조부인 윤효정부터 이어져 왔다. 윤효정은 세금을 내지 못해 옥에 갇힌 백성들을 위해 세 차례나 쌀을 대신 바쳤다.

그래서 윤선도 집은 세 번이나 적선을 해 옥문에서 집이라는 뜻의 ‘삼개옥문적선지가(三開獄門積善之家)’로 불렸다. 『소학』은 그의 집안에 내려온 가학이고 가법(家法)인 셈이다.

윤선도는 『소학』의 중요성을 충헌공 가훈(忠憲公家訓)을 통해 되뇌이고 있다. 10년 이상 정치와 담을 쌓은 채 시를 짓고 지내던 그는 71세에 다시 벼슬길에 나선다. 그러나 서인과의 대결에서 져 삭탈관직되고 73세 때는 승하한 효종의 예론문제로 함경도 삼수로 귀양을 간다.

그는 다음해인 74세 때 큰 아들 윤인미(尹仁美)에게 「기대아서(寄大兒書)」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낸다. 가훈으로 후손에게 내려온 이 편지에서는 소학 공부, 적선, 근검이 집안을 융성하게 하는 덕목임을 내세우고 있다.

편지는 과거에 번번이 떨어진 아들을 격려하고 문제점을 짚어보는 말로 시작된다.
 
“네가 보낸 세 편의 글을 보았다. 그중에 시가가 가장 좋았다. 좋은 성적으로 합격할 글인데도 떨어졌으나 안타깝다. 그러나 글을 너무 짧게 해석한 것은 흠이다. 간략하면 사실성이 떨어진다. 과거의 합격 방법은 간략한 것보다는 자세히 쓰는 게 요령이다. 이 말을 새기도록 하라. 또 글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다양한 표현 방법의 묘를 터득한 뒤 작문을 해야 흠이 없게 된다. 좋은 문장을 연구하지 않고 글의 잔재주를 부린다면 지리멸렬할 뿐이다.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는 것은 부지런하지 못한 까닭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하늘의 도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늘의 도움을 받는 것은 베품에 있다.”
 
윤선도는 과거시험 합격 지름길을 상세하게 쓰는 것으로 보았고, 행위의 철학은 나눔으로 본 것이다.

 / 이상주(『공부 열광』, 『10대가 아프다』, 『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왕의 영혼, 조선의 비밀을 말하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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