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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 검찰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내부 적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전쟁’을 수행할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검찰에 접수된 게 지난 7월이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건 최근의 일이다. 그나마도 여론에 떠밀린 감이 있다.
‘스폰서 검사’ 사건 대검 진상규명위원장을 지낸 성낙인 교수는 “검사 부패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 마련보다는 조직 보신에 안주해 왔다”며 “검찰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한 감찰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목민심서(牧民心書)』를 한 번 펼쳐보자. 다산 정약용은 ‘청렴하지 않고서는 목민관이 될 수 없다’며 ‘자신이 쓰는 돈이 백성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것이란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청렴에 더해 검사들이 새겨들어야 할 목민관의 자세는 더 있다. ‘상사의 명령이 법에 어긋나고 민생을 해치는 것이라면 꿋꿋하게 굴하지 말아야 한다.’
‘백성이 기뻐하지 않아 조정의 명령을 시행할 수 없으면 병을 핑계로 벼슬을 그만 두어야 한다.’ 비록 청렴하더라도 검사 동일체의 원칙과 상명하복, 조직 이기주의에 충실한 검사들은 절대 목민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위신은 누가 대신 세워주지 않는다. 검찰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다. 생살을 찢는 아픔이 있더라도 환부를 말끔히 도려내는 게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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