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20> 양재협의 공부처방전
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20> 양재협의 공부처방전
  • 독서신문
  • 승인 2011.09.0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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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성인식 '관례'     © 독서신문
[독서신문] 양재협(梁在協)은 조선 말엽의 유학자다. 호는 동천(東川)이다. 지은 책으로는 『동천사고(東川私稿)』가 있다. 양재협은 후손에게 준 가훈에서 사람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크게 15개 항목인데 먼저 청빈의 집안임을 밝히고, 효도와 충성을 이야기했다. 이어 학문과 관계된 내용이 나온다.

“책을 읽는 소리가 끊어진 집은 망한 집”이라는 그는 자손들에게 책읽기를 통한 가정보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책이 많음이 능사도 아님을 밝히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책꽂이나 책상에 가득 찬 책도 자손이 읽지 않으면 한낮 휴지가 됨을 경계했다.

그는 독서의 중요성을 안지추(顔之推)의 말을 빌어 설명했다. 안지추는 중국 위진남북조시대의 학자로 왕실과 명문가들이 읽는 『안씨가훈(顔氏家訓)』을 지었다.

“안지추는 말했다. ‘몇 해 동안 부지런히 공부하는 것을 귀찮아하다가 평생 괴로움과 고통에 시달리겠는가.’ 이는 지극히 교훈을 삼을 공부 처방이다. 욕됨을 받겠는가. 이 말은 지극히 좋은 처방이다. 반드시 책상 오른쪽에 써놓고 아침 저녁으로 보아라.”

청소년기의 공부가 한평생을 좌우하는 현실을 설명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요즘 책을 읽는 사람은 다만 시가나 문장을 익히고 유학의 규범을 알지 못한다. 이 같은 이는 제대로 된 선비가 되지 못한다”며 겉모습이 아닌 기본 소양 공부를 당부했다.

또 책읽기에는 만족은 있을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는 “ 만족함을 알면 항상 만족하고, 편안함을 알면 항상 편안하다고 했다. 이 말을 매일 외우고, 수시로 반성해야 한다.” 독서에서 눈앞의 작은 목표나 느슨한 목표를 경계한 것이다. 이는 ‘학문을 하는 이는 근원을 밝혀야 한다. 사람의 도리에는 바름과 그릇됨의 분별이 있어야 한다. 배움에는 끝없는 정진이 있어야 한다’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다.
 
처세로서는 진실성 있는 삶을 말했다. 토론은 준엄하고 공정하게 하고, 시비는 분명하게 진실을 가리라고 했다. 사람을 사귈 때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리라고 훈계했다. 포괄적인 처세와 함께 구체적인 금지 사항도 남겼다. 재판, 도박, 술, 여성관계가 그것이다. 서로 다투어 재판에 가면 몸이 힘들어지고, 돈을 걸고 내기를 하면 집이 망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술과 여성을 가까이 하는 것도 몸을 병들게 하고 집을 망하게 한다고 지적한 뒤, 반드시 멀리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술은 인간성을 바꿔 포악한 사람으로 만들고, 가정을 회복불능의 상태로 몰고 가는 주범으로 파악했다.

관혼상제 등 각종 행사는 가정 형편에 따르도록 지침을 주었다. 돈을 빌려서 호화롭게, 분에 넘치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만 가난해도 성인식에 해당하는 ‘관례’만큼은 꼭 격식을 차릴 것을 당부했다.

중국에서 전해진 예절의 하나인 ‘관례’는 세 번 관(모자)을 갈아 씌우는 의식이다.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친구 중에서 명망이 높고 예법을 잘 아는 사람을 초빙해 의식을 거행한다. 이 절차가 끝나면 어릴 때 쓰던 이름 대신 새로운 이름인 자(字)를 지어 부르고, 사당에 고한다. 이어 집안과 동네 어른들에게 차례로 인사를 한 뒤 잔치를 벌인다.

양재협이 ‘관례’를 중요시한 것은 사회적으로 어른으로 인정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주위에 어른이 되었음을 알리고, 어른답게 행동하라는 뜻에서 소홀해서는 안된다고 한 것이다.

 / 이상주(『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공부 열광』 『유머가 통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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