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미생물 얄미운 미생물
우리는 흔히 미생물을 더러운 행주에 붙어 있는 세균이나, 습기 찬 벽 위에 자란 검은 곰팡이로만 알고 있다. 또한 헬리코박터 피로리, 사스, 조류독감 등 뉴스나 광고에서 만나는 미생물 역시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박멸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해로운 미생물은 전체 미생물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어마어마한 수의 미생물이 우리 몸에서 우리와 더불어 생활하고 있는데, 대부분 우리 몸에 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병을 유발하는 나쁜 미생물을 물리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물질순환의 기초가 되는 미생물과의 공진화야말로 생명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미생물은 이미 35억 년 이상의 진화를 거쳐 자연과 환경에 적응해 왔으며, 곳곳에서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찮게 여겨질 뿐이다.
우리가 자주 먹는 김치, 된장, 치즈, 빵, 청국장, 요구르트, 맥주, 포도주는 유산균의 발효작용으로 만들어졌다. 이처럼 우리에게 많은 이로움을 주는 미생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린다면, 미생물과의 동고동락은 앞으로도 인간의 삶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천종식 지음/ 솔/ 304쪽/ 19,000원
독서신문 1388호 [200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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