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배우지 않으면 담을 쳐다보는 것과 같고, 아는 것이 없어 짐승과 다름없다.
사람이되 시와 글을 공부하지 않으면 어찌 가히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독서신문] 영남학파의 초기 인물인 박하담이 자손에게 준 교훈이다.
호가 소요당(逍遙堂)으로 밀양 박씨인 그는 조선중기의 문인이다. 1516년(중종 11년)에 소과인 생원시에 합격한 그는 대과인 문과에 거푸 낙방하다 1531년 식년 문과 을과로 급제해 뜻을 이루었다. 학문과 덕행이 높아 문과 합격 전에 여러 차례 벼슬에 천거됐으나 떳떳하지 못하다 하여 응하지 않았다.
여섯 살 때부터 글을 읽기 시작한 박하담은 14세에 대학과 중용을 보았고, 15세에는 서명을 이해했다. 18세에는 소학에 빠졌고, 19세에는 맹자를 읽었다. 당시 유생들의 책읽기 순서를 모범적으로 따른 박하담은 31세 때에는 심경을 읽은 뒤 과거에 대한 의지 대신 성리학 연구에 매진했다.
만년에 영월군수 군자감 부정 등을 거치기도 했지만 경북 청도의 운문산에서 독서로 여생을 마쳤다. 문집인 소요당일고에는 82세로 운명하기 하루 전에 자손들을 위해 지은 가훈십조가 실려있다. 그 뜻을 알아본다.
첫째, 승지양친(承志養親). 반드시 어버이 뜻을 살피고 잘 순응하고 자식된 도리를 하는 게 효도다.
둘째, 기경사장(起敬事長). 어른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예절을 다해 섬겨라.
셋째, 형제화합(兄弟和合). 사랑하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화합하라.
넷째, 부부정체(未婦情체). 부부는 화목하고 순응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다섯째, 보본제사(報本祭祀). 조상의 은덕에 잘 보답하라.
여섯째, 충신출언(忠信出言). 말은 참되고 미덥게 하라.
일곱째, 독경립행(篤敬立行). 행실을 바르고 공손하게 하라.
여덟째, 분징경어(忿懲戒禦). 분노를 가라앉히고 욕심을 삼가하라.
아홉째, 독서불가폐(讀書不可廢). 글과 시 공부를 꼭 하라.
열째, 기업절검(基業節儉). 절약하고 검소한 삶을 살아라.
그가 쓴 가훈 10조 중의 아홉번째가 독서불가폐다. 사람이 그만 두어서는 안되는 게 시(詩)와 서(書)의 공부라는 것이다.
/ 이상주 (『세종대왕 가문의 500년 야망과 교육』 『유머가 통한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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