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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지켜졌다는 반가운 마음이 생경스러운 것은 이번 반환이 우리 요구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반환되는 조선왕실의궤 전부와 대전회통, 증보문헌비고 등 귀중한 우리 문화재 1,205점은 지난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우리 정부가 반환을 요구한 문화재 4,479점의 일부에 불과하다. 일본 입장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분량이라며, 최대한 성의를 보였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반환 대상을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된 도서로 한정, 궁내청 도서관 소장 책자 일부만 돌아온 것은 매우 안타깝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우리가 고수하고 있는 ‘반환’이란 표현 대신 ‘인도’라는 말을 고집, 약탈해 간 우리 문화재를 더 이상 내주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이며 염려를 자아내고 있다. 강제병합에 대한 사과와 새로운 양국관계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 담화문의 진정성마저 의구심이 든다.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소재가 파악된 것만 6만1,409점이며 개인 소장 물량까지 합하면 무려 30만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에 유출된 우리문화재는 10만여 점이나 되지만 돌아온 것은 5천 점 정도다. 찾아와야 할 문화재들이 수없이 많은 우리 입장에서는 이번 반환은 시작일 뿐이다. 1992년 양국 정상회담에서 반환에 합의한 프랑스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소유권 이전은 커녕 영구대여 보장 문제조차 풀지 못하고 있다.
강탈당한 우리 문화재를 되찾는 일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다. 이번 반환이 일회성, 선심성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모두 더욱 치밀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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