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홍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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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 대란의 근본 원인은 지난 7~8년간 비약적으로 증가한 응시생 수다. 2000년 5만 명에 머물던 응시생 수가 2005년 10만 명을 넘어섰다. 8만여 명인 일본보다도 훨씬 많다. 미국 체류 유학생 10만 명 시대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토플 점수를 요구하는 기업과 대학, 특목고의 영향이 적잖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토플의존도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물론 최근 '토플대란'과 관련, 미국 교육평가원(ets)의 토플(tofle) 총 책임자가 방한해 응시 인원 확대 등을 약속했고 일부 특목고에서 토플을 배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단순한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토플 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은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영어광풍 때문이다. 영어가 모든 공부에 최우선이다 보니 영어, 입시나 유학, 취업 등에서 가장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는 토플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 영어시험 수요를 감당할 공신력 있는 국가 공인시험 개발을 게을리 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일본의 자체 인증인 'step'과 중국의 'cet'이 오랫동안 무리 없이 시행되고 있는 점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반면 서울대가 ‘teps’를 개발, 응시생이 늘어나고 있지만 공신력에서는 토플 등에 크게 뒤진다.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의 유수한 석학들과 정부, 국내 학계뿐만 아니라 산하기관 및 기업들도 참여하여 명실 공히 토플을 능가할 만한 공신력을 확보해야 한다.
토플시험으로 인해 한 해 동안 1000억 원씩의 외화가 낭비되고 있는 현실을 살펴볼 때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거기에 소요되는 자금은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제화, 세계화 시대 속에 영어 실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영어에 목을 매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또한 독자적인 공신력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지 않을 경우 토플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다른 어떤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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