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존 쿳시는 식민지 아프리카의 아픈 기억들을 어루만지며, 주류사회의 타자화 전략에 맞서는 탈식민주의post colonialism 문학 계열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여성, 흑인, 가난한 자, 이방인이 어떻게 생존해왔는가를 소설로 담아오던 그는 이 책에는 인간에 의해 끊임없이 종속과 억압, 회유를 받아온 동물로까지 그 타자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동물의 ‘살처분’를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의 이성적 한계를 문학을 통해서 극복해보려는 신선한 시도가 돋보인다.
유명한 소설가인 어머니가 비행장에 도착한다. 한 대학의 초청강연에 참석하고자, 아들집에 방문하게 된 것이다. 자신을 카프카의 <학회 보고>에 나오는 원숭이 빨간 피터에 비유하며, 어머니의 강연은 시작된다. 인간의 학대를 유태인 학살에 비유하는 충격적인 발언. 그리고 이어지는 지적인 청중들과의 난상토론. 강연과 토론으로 구성된 두 편의 독특한 이 단편 소설은 실제로 미국 프린스턴대 <인간가치연구소>의 초청을 받은 존 쿳시가 행한 강연내용으로 존 쿳시의 동물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풍부하게 맛볼 수 있다. 섬세한 감각과 그만의 예리한 관찰력은 동물권과 윤리적 채식주의라는 주제를 고통의 문제로 승화 된다.
존 쿳시 지음 / 전세제 옮김 / 평사리 펴냄 / 200쪽 / 8,900원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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