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규정에 학생들 반발... 교과부 "재정 부담 덜려면 어쩔 수 없어"
[독서신문] 양미영 기자 = '취업 후 학자금 대출제(icl)'를 이용한 뒤 자신의 채무 사실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거나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또 해외로 이주할 때는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는 증명을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거주여권을 발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이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의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시행령에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와 관련해 채무자의 상환의무, 소득별 상환방법, 체납처분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이 규정돼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채무자가 매월 갚아야 하는 최소부담의무 상환액은 3만원으로 정해졌다.
만약 채무자 연간소득액이 1800만원이라면 연간 상환액은 이 금액에서 상환기준소득(1592만원)을 뺀 208만원에 상환율(20%)을 곱한 416천원이고, 월 상환액은 416천원을 12개월로 나눈 34,666원이 된다.
월 상환액이 3만원 이상이므로 매월 34,666원을 상환하면 된다. 단, 월 상환액이 5천원, 1만원, 2만원 등 3만원 이하로 나올 경우 시행령 규정에 따라 최소 3만원은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대출금을 갚다가 중도 실직해 소득이 끊겼어도 직전년도 연간소득금액에 따라 납부 고지를 받은 게 있으면 그에 따른 원리금은 계속 내야 한다.
국세청이 다음 해 연말정산을 통해서만 실직 사실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직하더라도 다음 해 연말정산 때까지는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부 한 관계자는 "법에는 실직하면 상환 의무가 없어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세청은 실직 여부와 관계없이 그 다음 해 연말정산을 통해 소득금액을 포착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시차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대학생이 졸업 후 취업을 할 경우 2014년 1월에 실직하더라도 2013년 전체 소득의 20%를 2014년에는 매달 상환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학생들은 "실직하기 전에 1년치 상환금을 미리 적립해둬야 하는 것이냐" "부득이하게 실직할 경우 어떻게 돈을 마련하느냐"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정책이 맞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과태료 기준도 다른 대출제보다 높게 책정됐다. 종합소득세·양도소득세 등으로 소득이 발생해도 미신고할 경우 20만원(의무상환액 연 100만원 미만)에서 최대 500만원(의무상환액 연 2000만원 이상)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채무자는 연 1회 이상 본인 및 배우자의 주소, 직장, 부동산 등 재산상황과 금융재산 정보를 신고해야 하며 종합소득자, 양도소득자 등은 소득세법에 따라 의무상환액을 신고한 뒤 납부하도록 돼 있다.
교과부는 "문자메시지(sms)나 e-메일로 모든 채무자에게 수시로 재산 신고와 납부를 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납에 대한 처벌조항이 대학생 6만여 명이 1학기 대출 신청을 마친 후에 마련된 데다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학생들은 "과태료 등 처벌 규정을 대출 신청 전에 고지했어야 하지 않냐"며 "실직하면 유예기간을 준다고 해놓고 실직후에도 1년동안 원리금 상환을 해야하고 재산 신고 누락만 해도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하니 취업 후 상환제 대출을 신청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울분은 터트렸다.
학생들의 반발이 일자 교과부 관계자는 "비슷한 제도를 운용한 나라의 경우 국세청과 정보를 공유해 강제 수납하지 않아 제도가 오래가지 못했다"며 "과태료·여권 발급 제한 등 강도 높은 제재 규정을 둔 것은 미납이 속출할 경우 재정 부담을 결국 정부가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달 안으로 시행령을 확정, 공포할 계획이며 대출에 이의가 있으면 다음 달 9일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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