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책]판의 미로
[영화 속의 책]판의 미로
  • 관리자
  • 승인 2006.12.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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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져 버린 동심에 대하여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등 매해 겨울엔 판타지 영화가 극장가를 찾아왔다.  올 겨울에 찾아왔던 <판의 미로>.  판타지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하지만 <판의 미로>는 기존의 판타지 영화와는 틀리다.  전형적인 모험물이 아닌 어른들에게 슬픔을 안겨 준다.  자신의 잃어버린 판타지에 대한 슬픔을 안겨준다.

  시대는 스페인 내전 시대.  임신한 엄마와 함께 계부를 만나러 가는 오필리아는 한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요정을 믿고 판타지를 사랑하는 오필리아는 여행길에 한 마리의 곤충을 만난다.  그녀는 곤충을 보고 요정이라 말하는데, 이 부분에서 관객들은 조금은 황당해 한다.  하지만 이는 이 영화가 말하는 어른들을 향한 경고이다.  동심을 잃어버리고 현실만을 바라보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눈을 가르치는 것이다.
  계부가 있는 곳은 내전이 한창 중이다.  우울한 색채로 그려지는 그 곳은 어른들이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느낌을 반영한다.  어른들의 현실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자신의 안위를 위한 이기심이 팽배해 있다.  이토록 현실이 암울할 땐 오필리아에겐 항상 판타지가 찾아온다. 


 

  계부를 만난 날 오필리아는 요정을 따라가 판을 만나고 자신이 환상의 나라의 공주임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곳으로 돌아가려면 세 가지 임무를 완수해야한다는 점과 자신이 해야할 일을 알려주는 백지의 책을 받는다.  이 책은 혼자 있을 때만 그 내용이 드러난다.  어른들이 없을 때, 즉 오필리아의 동심이 방해 받지 않을 때 내용이 나타난다.  이 책을 매게채로 오필리아의 모험은 시작된다.
  오필리아는 두 번째 임무를 실행할 때 큰 실수를 한다.  ‘음식을 절대 먹지말 것’ 이라는 판의 경고를 무시했다.  관객들은 오필리아를 힐난한다.  자신의 목적을 ‘포도 두알’로 인해 실패해버리는 오필리아가 바보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필리아는 울먹이며 말한다.  겨우 포도 두알이였다고.  아이들의 눈에도 작아보이는 포도 두알일 뿐인데 어른들의 눈으로 오필리아를 욕하는 것은 얼마나 옹졸한 행위인가.  어른이 되면 모든 걸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오필리아의 엄마처럼 우리는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어찌보면 아이들보다도 좁은 속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병을 고쳐주는 맨드레이크도 이 영화가 보여주는 동심의 상실에 대한 경고를 나타낸다.  아이의 모양을 하고 있는 맨드레이크를 계부는 불 속에 집어 던져 버린다.  타들어가며 울부짖는 맨드레이크는 어른들로 인해 메말라가고 죽어버리는 동심을 나타내는듯 하다.  
  어른들은 자신의 기준에서만 사물을 처다보며 아이들을 이해하지 않는다.  영화 종반부에  오필리아와 판이 만났을 때 오필리아를 따라온 계부는 판을 보지 못한다.  허공을 향해 대화를 하는 정신나간 소녀만이 있을 뿐이다.  혹자는 이 장면을 보고 모든 것이 오필리아의 환상이였을 뿐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 것이야 말로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시각이 아닐까?  영화 마지막에 나레이터는 이야기한다.  오필리아가 남긴 흔적들은 어디를 봐야 하는 지 아는 사람들 눈에만 보인다고..,, 


 
  우리도 이제는 오필리아가 남긴 흔적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판이 준 책을 펼치면 백지만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 백지로 나타난다면 우리의 삶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바쁜 삶을 핑계 삼아 잠시 닫아둔 우리의 동심을 열어 판의 책에다 옮겨보자.  책에 나타나는 우리의 동심은 우리의 삶이 좀 더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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