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vs영화 - 『백야행』
소설vs영화 - 『백야행』
  • 독서신문
  • 승인 2009.12.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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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보다 어두운 ‘백야’에서의 사랑
▲ 소설 『백야행』표지, 영화 '백야행' 포스터     © 독서신문

 
 
 
[독서신문] 강인해기자 = “내 위에는 태양 같은 건 없었어. 언제나 밤. 하지만 어둡진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유키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백야행』은 줄곧 하얀 어둠속을 걸어온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들의 관계는 참으로 미스테리하다.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이기 보다는 살인과 폭행, 사기 등으로 얼룩진 비정상적인 사랑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둘은 정말 사랑하는 걸까? 이것이 과연 사랑일까? 이렇게까지 해서 사랑을 지켜야만 할까? 하는 의문이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최근 한국의 박신우 감독은 이들의 기이한 사랑방정식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연기파 배우 한석규와 팔색조 손예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고수가 소설 속 주인공을 연기해 올 가을 관객들에 심장에 슬픈 아픔을 전했다.
 
 
▲ 영화 '백야행'의 한 장면     © 독서신문

 

미제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다
『백야행』은 오사카 작은 마을에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사건을 맡은 형사는 시체로 발견된 전당포 주인의 주변 사람들을 조사해 나가고, 희생자의 내연의 여성인 용의자가 사고사로 죽자 사건은 끝을 맺는다. 하지만 형사는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을 직감하고 19년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문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아가는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결국 베테랑 형사는 실타래처럼 엮여진 19년 간 벌어진 사건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한 여자와 칠흑 같은 어둠 가진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적이 나타나면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어 위험을 알리는 문정망둥이와 그를 통해 몸을 숨기는 대포새우처럼 기막힌 콤비네이션을 이루고 있다. 한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남자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여자는 이렇게 자신들만의 사랑법을 만들어 간다.
 
 
▲ 영화 '백야행'의 한 장면     © 독서신문

 

소설과 영화의 핵심적인 스토리는 비슷하다. 다만 영화의 특성상 감정의 흐름을 과감하게 생략해야하기 때문에 소설에서 광범위하게 전개한 시공간을 간략하게 압축했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이 비약적이진 않다. 소설의 등장인물, 상황 설정 등의 요소요소를 적절하게 변형해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전개해 간다. 만약 영화를 본 후 소설을 읽게 된다면 압축된 사이의 주름을 서서히 펴가는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고, 소설을 읽은 후 영화를 보게 된다면 소설보다는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며 감상하게 될 것이다.
 
 
▲ 영화 '백야행'의 한 장면     © 독서신문

 
 
“나쁜 꽃을 피게 해서 미안하다”
소설과 영화의 핵심은 주인공 유키호(영화에서는 유미호)의 가면 속 본색이 무엇이냐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유키호는 똑똑하고, 아름다우며, 고상한 엄친딸의 이미지로 나온다. 심지어 마음씨까지 고와 그를 대하는 남성들은 그의 외모에 한 번 반하고, 성품에 또 한 번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잘라버렸어야 하는 싹을 손보지 못해 ‘나쁜 꽃’을 피운 듯한 불길한 향기가 풍긴다.

이를 간파한 사람은 19년 동안 그녀의 뒤를 쫓아다닌 사사가키(영화에서는 한동수) 형사. 그는 “그때 없애야 할 싹이 있었어. 그걸 내버려두었기 때문에 싹이 점점 성장했던 거야. 성장해서 꽃을 피웠어. 그것도 아주 나쁜 꽃을”이라고 말한다. 영화의 한동수 형사도 “그때 너희들을 잡아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후회한다.

나쁜 꽃 유키호의 이미지는 소설과 영화에서 미세한 차이를 갖는다. 소설에서 유키호는 독사가 똬리를 틀듯 서서히 먹잇감의 목을 조이는 형상이다. 그녀는 끝까지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지 않은 채 여왕의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는다. 소설의 막바지에서도 이러한 그녀의 모습은 지속되는데 이는 마치 자신의 목을 죄어오듯 위험천만해 보인다.
 
 
▲ 영화 '백야행'의 한 장면     © 독서신문

 

영화에 등장하는 유미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손예진이라는 배우의 청순가련형 이미지가 결합돼 소설보다는 여리고 감성적인 부분이 강조돼 표현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 영화 중반까지의 이야기고,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유미호의 본색은 소설보다 훨씬 자극적으로 드러난다. 마치 독사가 먹잇감을 노리고 한 번에 공격하는 식이다.
 
 
▲ 영화 '백야행'의 한 장면     © 독서신문

 

“태양 아래서 사랑하고 싶다”
소설 속에서 유키호와 료지(영화에서는 김요한)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장면은 한 번도 없다. 끝까지 이들의 관계는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주변 인물들의 대화와 독백 속에서만이 두 사람의 사이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 이들이 만나고 사랑을 속삭이는지는 책의 제목처럼 하얀 어둠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칠흑보다 어두운 ‘백야’에서의 사랑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다.

영화 속 두 인물의 관계는 소설보다는 조금 더 명확한 실체를 드러낸다.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의 다른 동, 창문을 열면 서로를 볼 수 있는 집에 살고 있다. 유미호는 주기적으로 김요한이 일하는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고, 지하철 물품보관소를 매개로 필요한 메시지나 서로의 마음을 전한다. 휴대전화를 통해 대화를 하기도 하고, 스쳐지나가는 것에 불과하지만 몇 차례 옷깃을 스칠 정도의 만남도 존재한다.
 
 
▲ 영화 '백야행'의 한 장면     © 독서신문

 

하지만 만나고 만나지 못하고는 중요치 않다. 19년 동안의 어둠속에서 살아온 이들에게는 밝은 태양 빛에 대한 갈증으로 가득하다.

소설 속 유키호는 이렇게 말한다. “내 위에는 태양 같은 건 없었어. 언제나 밤. 하지만 어둡진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 것이 있었으니까”라고. 둘은 서로의 태양이다. 하지만 영원히 빛날 것만 같은 태양도 밤이 되면 자취를 감추는 것처럼 둘의 비정상적인 사랑이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소설과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toward2030@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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