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중성과 애욕의 무절제에 경종
인간의 이중성과 애욕의 무절제에 경종
  • 안재동
  • 승인 2009.12.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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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협 편집국장 정종명의 장편 『올가미』
▲  정종명 소설가   © 독서신문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이사장을 역임한 바가 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정종명 소설가의 장편 『올가미』가 문학나무社를 통해 나왔다.

1999년 3월부터 1년여 동안에 걸쳐 영남일보에 ‘욕망의 늪’이란 타이틀로 연재된 바 있던 작품으로, 당시 imf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월 3백만 원씩이나 되는 원고료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작가는 책머리에서 “아쉬운 점이 많지만 더 묵혀 두기가 스스로도 민망해서 이제 그만 책으로 묶어 낸다. 재미있게 읽힌다면 더 이상의 욕심은 없다”고 짤막하게 소감을 적고 있다.
정종명 소설가는 1945년 경북 봉화 출생으로 서라벌예술대 문창과 출신이다.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 단편 「사자(死者)의 춤」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온 뒤 꾸준한 창작과 문학단체 활동에 부지런을 기울여온 가운데 현재 경기대 문창과와 한국사이버대 문예창작학부에 출강하는 등 소위 정통파 문인으로 통한다.

《현대문학》을 비롯해 《소설문학》, 《문학정신》 등 문예지社에서 장기간 일하기도 했다. 소설집으로 『오월에서 4월까지』, 『이명』, 『숨은 사랑』, 『의혹』, 장편으로 『거인』, 『아들나라』, 역사소설로 『대상(大商)』, 『신국(新國)』 등 많은 저서가 있다. 이중 장편 『거인』은 mbc 미니리즈 8부작으로 제작 방영되기도 했다.

이번에 상재한 장편 『올가미』에서는 시나리오 작가 허정우란 사람의 꿈과 좌절, 그의 부인 서인숙의 처절한 애욕 복수극, 엑스트라 배우 구용섭의 부적절한 애정 행각이 중심 이야기로 등장한다. 여기에 연예계 마담 뚜 조금아, 배우 지망생 킬러 천기복, 영화 제작자 설지웅의 파워 게임이 뒤엉키면서 연예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교직한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 영화는 돈과 시나리오만 있으면 돼. 감독과 배우는 지천으로 깔려 있어. 드림스타즈를 떠나고 싶은가, 아니면 남아서 계속 영화를 찍고 싶은가?”

사태는 더욱 나쁘게 돌아갔다. 송민규와 채윤경이 치정극을 벌이는 뜻밖의 사고가 신문 지면을 어지럽힌 것이다. 설지웅은 마침내 영화 제작을 중단한다는 일방적인 기자회견을 갖는다.

서정익은 구혜빈으로부터 설지웅과 나수정의 정사 장면을 촬영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서정익은 일언지하에 그 청탁을 거절한다. 설지웅과 구혜빈이 이혼장에 도장을 찍고 정식으로 이혼했다는 사실을 안 서정익은 본격적으로 그녀를 유혹한다. 두 사람은 설악산으로 가서 꿈같은 하룻밤을 보낸다. 이튿날 서정익은 그녀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구혜빈은 죽음을 눈앞에 둔 폐암 환자였다.   - 소설 『올가미』 중 일부
 
이 소설을 대하자니, 연예계에 몸담고 있던 모 젊은 女탤런트가 최근 어떤 문제의 유서를 남기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실이 있고, 그 외에도 일부 유·무명 연예인이 자살이란 극단적인 처방으로 연예계 내부에 응켜 있는 그 무언가를 세상에 알리고자 시도한 경우도 여럿 있던가 하면, 기타 평소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건이 드물지 않은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설 『올가미』가 낳고 있는 시사점은 여러 가지다. 소설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보는 이에 따라 단순하게는 일종의 고발장 수준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으나, 조직이나 사회란 큰 덩어리가 안고 있는 모순이나 문제를 대중 앞에 설득력 있고 강도 높게 전달하기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종명은 연예계의 문제를 충격적으로 부각시키면서 작품화하는데 성공한 작가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영남일보에 연재될 당시만 해도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은 오늘처럼 잦지는 않았던 상황이고 연예계의 문제를 장편의 소재로까지 취할 특별한 게재가 있었을까를 생각해볼 때 일견 그의 예지력이 감지되기도 한다.

장장 287페이지에 걸쳐 규범적 ‘엄숙주의’보다는 ‘갑갑한 싸개를 훌러덩 벗어던진’ 식의 화술로 독자를 작품에 몰입케 한다. 문제의 노출과 진술의 역량이 걸출하다.

그만의 독특한 필치로 거침없이 써내려간 이 장편은 <숨바꼭질>, <신데렐라>, <악령의 집>, <덫>, <이대로 더 머물고 싶다> 등 14개의 소제목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내면서 인간의 애욕에 얽힌, 처절하다고 할까 모순적이라고 할까 그 이중성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어쩌면 방종에 가까운 현대인의 무절제한 감정과 부도덕한 생활패턴에 좋은 경종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 안재동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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