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수필평론가의 『새 시대 수필이론 다섯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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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지를 통해 1961년에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이래 대여섯 해 전 배화여대에서 교수로 정년을 마칠 때까지 왕성한 창작과 저작활동을 펼쳤던 이유식 문학평론가.
그리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현재 일흔을 넘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술 작업을 포함한 문학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이제 원로급 서열의 문학평론가로서의 명성 못지않게 수필가로서도 高名하다. 이미 10여 년 전인 2000년 12월 17일 kbs 2tv 유명 기행 프로그램 <그곳에 가고 싶다>(부제 ‘수필가 이유식의 강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적도 있다. kbs 제작진의 요청으로 이유식 수필가 부부가 강화지역을 돌아보면서 촬영·제작된 1시간여 분량의 프로그램이다.
이 평론가(수필가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평론가로 칭하기로 한다)는 지금까지 『벌거벗은 교수님』, 『그대 떠난 빈 자리의 슬픔』, 『내 마지막 노을빛 사랑』등을 비롯한 8권의 수필집과 『한국소설의 위상』, 『우리문학의 높이와 넓이』, 『한국문학의 전망과 새로운 세기』 등 10권 이상의 평론집, 평전(評傳), 편저(編著) 등을 출간함으로써 그의 개인적 문학 업적 성취와 함께 한국 현대 문학의 토양 조성과 발전에도 적지 않게 기여해 온 인물로 통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수필이론서인 『새 시대 수필이론 다섯 마당』을 상재했다. 문인 중에는 10년 만에 책 한 권 정도나 겨우 낼까 말까 하는 경우도 흔하며, 더욱이 5년 정도에 한 번이라도, 혹은 더 빠르게는 3년 정도에 한 번이라도 책을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선 더욱 그렇다. 그런 측면과 고령 등을 감안한다면 이유식 평론가의 능력과 열정은 실로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교음사에서 최근 출시된 이번 저서『새 시대 수필이론 다섯 마당』은 총 284쪽에 걸쳐 「우리 수필이 걸어온 길, 나아갈 길」, 「새 시대의 새로운 수필 모색」, 「수필 고품질화의 전략들」, 「나의 체험적 작법론」, 「평을 통해 본 수필의 길 찾기」 등 다섯 개의 큰 카테고리에 「수필이란 명칭은 어떻게 정착되었는가?」, 「수필문학 중흥의 길」, 「광복 50년 수필계의 회고와 전망」, 「정보화 사회의 수필의 영역」, 「새 시대의 수필 소재와 장르 확대」 등 꽤 비중 있고, 문인과 독자들의 관심을 높이 살만한 28편의 글을 담고 있다.
수필가 또는 문학도라고 한다면 이 책을 한 번쯤 일독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한다. 또한 책의 내용면에서도 수필 장르의 이론이나 우리 수필사(隨筆史) 정립에 시금석으로 삼아도 좋을 글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유식 평론가는 책머리에서 “평론가로서 수필에 관심을 갖게 된 때는 80년대 초부터였고, 본격적인 것은 90년대 초부터다. 이 과정에서 내 자신도 직접 수필 창작을 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필평론을 써 보았다”라고 밝히면서, “특히 80년대부터는 수필이 주변문학에서 독립된 장르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시기이고 또 수필평론가가 밥의 뉘 정도도 없는 시기라, 무엇보다도 기존의 교과서적 수필론이 아니라 새로운 수필이론 정립의 필요성을 느껴 그 일익을 담당해 본다는 뜻에서 뛰어들어 보았다”고 회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이론비평은 물론 수필작가론이나 작품집 평설도 써왔던 사실을 덧붙이고 있다.
이 평론가가 밝힌 바로나 다른 여러 가지 정황들을 짚어보거나, 그는 특히 대한민국 수필문학 초기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수필평론 분야를 밭을 갈듯 개척하고 기름진 옥토로 조성하는 데 큰 몫을 담당했음이 확실하다. 이번에 상재한 『새 시대 수필이론 다섯 마당』에서 그것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살펴보면, 이 저서 속의 「수필이란 명칭은 어떻게 정착되었는가?」란 글만 해도《월간문학》 1981년 8월호에 수록된, 오래 전에 발표된 것이며, 「수필문학 중흥의 길」(《현대문학》 1971년 11월호)은 더 오래 전의 것이고, 「수필과 詩」(《수필문학》 1988년 11월호) 등 대부분 작품이 연대별로 수필문학사의 궤적과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래 이유식 수필가는 ‘단형(短形)수필’(‘5매 수필’이라고도 칭한다) 창작론 제기에 이어 그 확산을 위해 ‘실험현장’ 전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그것은 이미 문단과 수필가들에게도 공감의 폭이 크게 확대된 단계이다.
/ 안재동 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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