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책과 영화]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 관리자
  • 승인 2006.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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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아이의 길고 긴 하루




이란영화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87년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1989년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청동표범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 83분짜리 짧은 영화 한편으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과 이란영화는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게 됐고,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8월에 개봉하여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친구의 집을 찾는 한 아이의 하루를 그리고 있는데, 제목에 영화의 모든 내용이 압축됐다고 볼 수 있다.
 
이란 코케 마을의 한 초등학교 교실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떠들고 장난치는 소리로 떠들썩하다. 이 때 무섭게 생긴 남자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고, 아이들은 서둘러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선생님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들을 꾸중을 하고 곧바로 아이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숙제검사를 한다. 선생님은 꼼꼼하게 숙제검사를 하면서 아이들의 실수를 지적한다. 네마자데의 차례가 되었을 때, 네마자데는 선생님께 공책이 아닌 종이를 내민다. 선생님은 종이를 찢고는 앞으로 공책에 해오지 않으면 퇴학시킬 것이라며 네마자데를 심하게 야단친다. 네마자데는 울음을 터뜨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네마자데의 짝 아마드는 마음이 아프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마드는 엄마가 시킨 잔심부름을 다 끝내고 숙제를 하려고 하는데, 아뿔사 자신의 공책과 똑같은 네마자데의 공책이 자신의 가방에 들어있는 걸 발견한다. 내일도 숙제를 해가지 않으면 네마자데는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퇴학을 당할 것이다. 아마드는 네마자데에게 공책을 전해주기 위해서 네마자데의 집으로 가려고 하지만, 아마드의 엄마는 아마드의 얘기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빨리 숙제를 하라고만 다그친다. 결국 아마드는 엄마 몰래 집을 빠져나온다. 
 
아마드는 네마자데의 집이 포쉬테에 있다는 사실만 알고 무작정 길을 나선다. 포쉬테에만 가면 네마자데의 집은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순진한 기대를 품고 아마드는 꼬불꼬불한 먼짓길을 달리고, 또 달린다. 길을 몰라 어른들에게 “포쉬테가 어딘지 아세요?”, “네마자데가 어디 사는지 아세요?” 하고 물어보지만, 어른들은 아마드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데 우연히 같은 반 친구 모르테자를 만나게 된다. 아마드는 잔뜩 기대를 하고 모르테자에게 네마자데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지만, 모르테자는 모른다고 대답한다. 그럼 함께 찾으러 다니자고 말하지만, 모르테자는 아버지 일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대신 네마자데의 사촌인 헤마티의 집의 위치를 가르쳐준다.
 

▲ 영화 속 장면



아마드는 헤마티의 집을 겨우 찾아가지만 헤마티는 집에 없고, 겨우 물어 네마자데의 집을 찾아가지만 그 집은 다른 네마자데의 집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마드의 할아버지는 바쁜 아마드에게 집에서 담배를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키고, 콧수염이 난 아저씨는 허락도 없이 네마자데의 공책 한 장을 찢는다. 그러나 긴 여정의 끝에서 만난 할아버지 한 분은 친절하게도 아마드를 직접 네마자데의 집까지 안내해준다. 비록 자신이 만든 문과 창문을 자랑하고 싶어서 도와준 것이고 어렵게 찾아간 집이 아까 잘못 찾았던 다른 네마자데의 집이지만, 그래도 오늘 만난 어른들 중에서 가장 친절하다.
 
결국 아마드는 네마자데에게 공책을 건네지 못한 채로 집으로 돌아와 할아버지, 아버지, 엄마한테 꾸중을 듣는다. 그리고 밤늦게 숙제를 시작한다.
 
다음 날, 선생님은 숙제검사를 한다. 아마드는 아직 오지 않았고, 네마자데는 잔뜩 겁을 먹고 있다. 네마자데의 순서가 점점 다가올 때 아마드가 도착한다. 그리고 아마드는 선생님 몰래 네마자데에게 공책을 건넨다. 아마드는 자신의 숙제는 물론 네마자데의 숙제까지 다 해왔다. 드디어 아마드와 네마자데의 숙제를 검사할 차례가 왔다. 둘은 들킬까봐 조마조마하다. 그런데 선생님은 네마자데의 숙제를 검사하다가 공책 안에 끼어있는 하얀 꽃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신다. 선생님의 “잘했다.” 한 마디에 아마드와 네마자데는 환하게 웃는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거의 모두가 아마추어이고, 주인공인 아마드와 네마자데 역을 맡은 아이는 코케에서 실제로 사는 아이들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진심으로 친구를 걱정하는 아마드의 순수함에 매료되어 아마드가 친구의 집을 찾기 위해서 숨이 차도록 달릴 때는 함께 숨이 가빠오고, 아마드가 어른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 아등바등할 때는 내 일인 것처럼 답답하고 조바심이 난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란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아이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는 무지하고 무심한 어른들이 등장하지만, 너무나도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의 모습 때문에 영화가 끝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독서신문  송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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