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진실과 현실 이야기
사랑, 그 진실과 현실 이야기
  • 안재동
  • 승인 2009.08.0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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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8단 소설가 김건중의 『발가벗은 새벽』
▲  김건중 소설가   ©독서신문
“태권도 8단씩이나 되는 사람이 소설을 쓰고 시도 쓴다면…?” 아닌 게 아니라, 좀 놀랄 일의 범주에 넣어도 좋을 성 싶다. 하긴 “경찰도 시를 쓰는가 하면 군인이 소설을 쓰기도 하고, 환경미화원이나 농부 등 이젠 특정 직업인을 가리지 않고 문학활동 하는 일이 보편화 된 세상인데 유독 태권도 하는 사람이 그런다 해서 그게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하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예의 고수 반열에 있는, 이른바 ‘무술인’이 또 그에 못지않은 수준의 ‘문인’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면, 이 같은 일이 흔하겠는가. 이럴 땐 ‘무’와 ‘문’의 조화를 바라보는 듯해서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김건중 소설가. 그는 1998년 장편소설 『무너지는 시간』(한누리미디어 刊)을 세상에 낸 바가 있는데, 당시 imf 상황하의 어려운 경제여건임에도 불구하고 한누리미디어 출판사에서 3천만원 고료를 걸고 시행한 현상공모에 당선된 장편소설이다. 그 책에서 정선교 소설가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문학공부를 해왔다는 김건중 님은 태권도 8단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 운영하던 7개의 태권도장을 정리했고 태권도에 관계된 회장직과 관장직도 모두 버렸다”는 작가평을 적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또 장편소설 『발가벗은 새벽』(지성의 샘 刊)을 냈다. 책머리에 부친 <작가의 말>에서 김 소설가는 “1979년 10월 3일 도서출판 「예시사랑」에 의해 단행본으로 출간된 필자의 장편소설 『모래성을 쌓는 아픔』을 2000년 시점에서 개작하여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현역작가 100여 명(한국소설가협회 선정)의 인터넷 연재소설(www.enoveltown.com)”임을 밝히고 있다. 그런 작품을 이번에 단행본으로 상재함은 그에겐 그만큼 애착이 많이 깃든 작품임을 짐작케 한다.
 

247쪽에 걸쳐 <겨울 바다>, <위험한 순간>, <빨간 마음>, <쌓는 소리>, <오해>, <숙명>, <최초의 밤>, <발가벗은 새벽> 등 8개의 章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분별하게 사랑을 희구하는, 어쩌면 신세대들의 가슴을 더 찌릿하게 파고들 아포리즘적 사랑 이야기다.
 
김 소설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세상에 태어나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의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 그런 사랑을 한다고 했을 때 어이없게도 사랑할 수 없는 사이라면 그것은 참으로 만나지 않은 것만도 못한 불행이다”라고 전제하면서, “이러한 불행이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이미 예정된 수순임에도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뛰어든 오민혜와 오민구의 사랑은 사랑을 알고 있는 우리들의 가슴을 안타깝게 만들 뿐 그 해법은 없다. 사랑의 진실과 현실은 서로 다르다”고 전한다.
 
우린, 뜨겁게 서로를 사랑하며 살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신적인 사랑에서 그쳐야 했다. 오빠는 이미 육체적으로 한쪽 다리와 오른팔을 상실한 불구의 몸이었고, 더구나 그로 인해 성기능까지 마비되어 남자를 상실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 모든 걸 초월한 관계였기 때문에 그 문제로 우울해 하거나 갈등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다. 바꿔 말해 우리가 즐기는 행복된 시간은 밤이 아닌 낮이었다. 학교수업이 끝나거나 쉬는 날이거나 아무튼 시간이 나면 오빠와 함께 바닷가로 나아가 해조음에 꿈을 심고 낭만을 그리는 그런 시간들이 가장 행복된 순간들이었다.   - 제8장 <발가벗은 새벽> 중에서
 
근래엔 세상이 급변한다고 흔히들 이르지만, 진정 급변하는 것은 세상이라기 보다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사람 있는 곳엔 사랑이 잉태되기 마련이고, 예나 지금이나 사랑으로 인한 갈등 혹은 ‘문제’도 시대별로 빈번하게 생성되고 있다. 그런 ‘문제’가 오늘날엔 세상 환경의 급변에 따라 과거보다는 양세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차제에 김건중은 장편소설 『발가벗은 새벽』을 통해 오늘날의 사랑에 대한 가치관의 한 단면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이 비추는 사랑의 그림자는 누구를 향한 것일까? 어쩌면 당신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으리라. 아마도 이 책을 일독한 독자라면 그 의미를 어렵지 않게 채집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월간문학》소설부문 당선으로 문단에 나온 김건중 소설가는 모두 5권의 장편소설과 2권의 소설집, 1권의 시집, 2권의 산문집 외 3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하여 부단히 창작활동을 펼쳐나가는 문인임을 문단과 독자세계에 이미 각인시켰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문단사』, 『성남문단사』 등까지 펴냄으로써 한국 문단사 정리에 초석을 쌓기도 했다.

 / 안재동 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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