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속의 시]나빌레라 vs 폴더레라
[광고속의 시]나빌레라 vs 폴더레라
  • 관리자
  • 승인 2006.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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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 속의 장면


“내가 너한테 해줄건 없구, 시나 한수 읊어줄까? 내가 문학소녀였잖아. 승무.”
“나, 나, 나도 그 시 알아.”
“조용히 해.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고이 접어. 고~이 접어 폴더레라. (갑자기 철봉에 올라 몸을 반으로 접는다.)어때?”
“(짝짝짝)브라보.”

 

얼마 전 김태희와 현빈이 출연한 lg전자 cyon의 슬림 폴더 cf가 김태희의 엉뚱함 때문에 화제가 됐었다.

네티즌 사이에서 김태희가 대역을 썼는지 안썼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이 광고가 일본 마쓰비시 자동차의 지면광고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그만큼 이 광고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cf의 내용은 간단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시골 학교 운동장의 철봉 앞에 서있는 두 사람. 김태희는 갑자기 현빈에게 시를 읊어주겠다고 하더니 조지훈의「승무」를 낭독한다. 그런데 김태희는「승무」의 1연을 잘 낭독하다가 ‘고이 접어’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었는지 ‘나빌레라’대신 ‘폴더레라’하고 읊더니 철봉 위로 올라 폴더 휴대폰처럼 몸을 반으로 접는다.  
 
김태희가 패러디한 이 시는 조지훈의「승무」로 중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시다. 그런데 이 cf 한 편으로 인해서 이 시를 잊고 지냈던 어른들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이 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승무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승무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이 시는 전반부에서는 춤을 추는 스님의 외양을 묘사하고, 후반부에서는 춤을 통해서 인간의 번뇌를 종교적으로 승화시킨 스님의 내면을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운율이 일정하여 저절로 리듬감 있게 낭독할 수 있다.
 
예전에 비해서 시집을 읽는 독자들이 많이 줄었는데, 이번 가을에는 시집을 읽고, 시를 낭독하며 낭만적인 가을밤을 보내는 독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독서신문  송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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