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활기를 한 폭에 담는다.
대자연의 활기를 한 폭에 담는다.
  • 관리자
  • 승인 2006.10.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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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목 화백 60여년의 성운 담은 개인전

▲ 안영목 화백

자연에 대한 탐구는 서양과 동양 사이에 차이가 있다. 과거 서양인들이 건축과 사람에 관심을 두고 있을 때 동양에서는 나무와 바위, 물, 돌과 같은 자연 그대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서양에는 풍경화 보다는 인물화가 발전하였고 동양에서는 풍경화가 발전하였다. 18세기쯤에 들어서 서양의 화가들은 비로소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게 되고 그들 나름대로의 풍경화를 그리게 된다. 하지만 동양과 서양의 자연을 보는 시각은 달랐다. 동양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는 시각이라면 서양은 자연을 자신들만의 자연관에 맞추어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동양은 자연주의 화파라고 볼 수 있고, 서양은 사실주의 화파라고 볼 수 있다. 자연주의 화파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거짓 없는 진실을 묘사하는 단순재현이라고 하며, 사실주의 화파는 자연의 피사체에 창작성이나 작가의 정신성, 즉, 주관적인 사고를 덧붙이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안영목 화백은 동양적인 요소와 서양적인 요소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연 그대로의 미를 살리면서도 자신의 사견을 적절히 절충하여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작품들을 그리기 때문이다.
구상회화로의 자리매김
 안화백은 60년대 초 추상주의 화풍이 유입되면서 10년간 조선일보가 주최한 ‘현대작가 초대전’에 출품을 했지만, 회화성이 난해하고 표현하는데 한계를 느껴 맞지 않음을 알고 구상회화로 선회한다. 특히, 한국의 산과 강에 대한 그리움으로 피사체로서의 자연을 그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감정이 그를 이끌었다. 그로부터 50년을 안화백은 구상주의 회화로 일관 해 왔다. 당시만 하더라도 구상과 추상의 대립 등 흑백논리 성향이 강했고, 70년대 들어와 국전이 추상화 부문을 수용함으로서 이단자라는 낙인이 싫어 10년간을 버티다가 사실주의 화파로 회귀를 했던 경험도 했다. 그러나 안화백은 구상회화로 회귀한 후에도, 많은 도전과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이에 좌절하지 않고 신기회를 비롯한 여러 사생회의 창립 등 구상회화의 영역을 넓히고 미술인구의 저변확대 등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온 힘을 쏟았다. 또한 “예술은 다양한 양식이 공존함으로써 그 나라 문화예술이 발전하는 것이며 획일적인 예술양식이나 사고만이 존재한다면 그 나라 예술은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것이다”라는 지론을 펼쳤다. “우리의 것만이 세계에서 제일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국수주의자로 전락하는 위험한 사고요, 세계성과 공존하지 못할 때 우리만이 향유하는 국제적 고아에 불과한 것”이라고 역설하는 안화백의 지론은 “독선과 배타가 판을 치는 예술 환경이라면 한국미술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안화백은 대자연을 보지 않고 화실이나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히 한국유화의 서구화나 국적불명의 예술양식 등 아류는 경계해야 된다고 한다. 또한 한국성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의 옛 고가구의 디테일한 묘사 등의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 millennium 용트림(2000)


주체성 있는 작품세계
안화백은 우리의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논리가 우리의 예술품이 세계의 예술양식과 접목하고 공존하면서 공인 받을 때 가능하다며, 이를 실현하기위해 한국인의 빛깔, 선과 형태, 정서와 체취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안화백의 자연관찰은 한국의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색체를 다루거나 조형요소들을 재구성해가는 과정에서 확실히 서구적인 자연관이 갖는 어떤 특별한 미감에 접근하고 있다. 그는 검정색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검정색은 산수화에서는 자연의 기본색채이지만 서양화에 있어선 오히려 죽음을 상징하리만큼 자연과는 배치되는 색이기 때문이다. 보라색의 색체가 그의 전체 화폭을 은은하게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가 의식적으로 검정색을 피하면서 간접적으로 그 대응 색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고 그것이 서구적인 자연관과 맥락을 같게 한다는 것이다.
서구적인 자연관을 갖고 있지만 안화백은 한국인으로서의 주체성을 뚜렷하게 갖고 있다. 해외활동을 주도하면서도 작풍에 있어서 외국작가들의 그것에 물들거나 영향 받지 않음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안화백이 갖는 주체성은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60주년 개인전 열어
 1957년부터 조선일보에서 주최한 현대작가초대전에 10년간 출품을 시작으로 이번 작품전까지 안화백은 많은 출품 요청을 받았고 해외에서도 전시 활동을 펼쳤다. 한국인으로서의 주체성을 가지고 다수의 작품전 및 초대전을 거친 안영목 화백이 오는 2006년 10월 24일(화요일)부터 29일(일요일)까지 ‘화필인생 60년 성운 안영목’ 개인전을 서울프레스센터 1층 서울갤러리에서 갖는다. 지난 60여 년간의 작품 활동으로 이미 80세를 넘겼지만, 그의 작품에는 아직도 젊음이 용솟음 치고 있다. 오히려 연륜이 쌓일수록 더 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세월이 흘렀어도 예술에 대한 열정만은 식을 줄 모르고 더욱 활활 타오르고 있는 모습에서 예술인의 혼을 느낄 수가 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자유의 미학을 실현하고 있는 것은 원숙한 노경의 경지에 이른 그의 예술이 열화 같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김정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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