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서 향한 한 우물
인문서 향한 한 우물
  • 관리자
  • 승인 2006.10.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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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우물이 있는 집 대표 김재범

▲ 김재범 대표

바람을 가르며 출근하는 중년의 남자가 보인다. 외모는 둥글둥글 하면서 욕심 없는 후덕한 이미지의 옆집 아저씨 같다. 삼선동에서 서교동을 자전거로 출근하는 것이 힘들기도 할 텐데 이 방법으로 출퇴근을 고집한다. 1시간여 걸리는 자전거 출퇴근이 좋다고, 돈도 안 들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권유하는 남자. 아무리 말려도 뚝심 있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남자. 뚝심 있는 출판인 도서출판 우물이 있는 집의 김재범 대표를 만났다.


30대 중반의 새로운 도전

 대학 시절 우연히 들른 출판사를 구경한 것이 시작이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했던가? 우연을 시작으로 출판사와 접촉하며 대학을 졸업한다. 졸업 후 작은 출판사에 편집장으로 일하게 된다. 작은 출판사였지만 2년 동안 출판에 필요한 교정, 교열, 편집 등의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그 후 직장 생활도 하며 이것저것 일을 하다가 마음이 맞는 친구와 논술 출판사를 연다. 하지만 인문서가 너무 만들고 싶은 나머지 독립하여 30대 중반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그것이 우물이 있는 집의 시작이면서 김재범 대표(이하 김대표)의 도전이다.

2001년 출판사를 오픈하고 첫 책이 출간되었다. 김대표는 욕심이 없었다. 욕심이 없으니 돈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대박은 아니어도 수익 분기점은 출간 된 책들마다 무사히 넘겨주어 회사 잔고가 점점 늘어났다. 잔고가 늘어나가자 규모가 커지게 되고 이젠 자신만의 출판사로 생각해선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만 먹고 사는 출판사라면 상관없지만 우리 딸린 식구들도 함께 살아야죠.”라는 말로 경영적인 측면으로도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며 고민에 빠졌던 과거를 회상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데 주위에서 많은 충고와 건의를 해주었다며 그 중에서도 “인문서 만으로는 회사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힘드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가보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심사숙고하였다. 그 결과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의견을 받아들여 쿠키라는 아동, 교육, 음악 서적의 출판사를 만들었고 한 지붕 아래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문화 시장의 흐름을 읽어라

우물이 있는 집은 특별하게 큰 적자를 보지 않았다. 어떠한 책이라도 손익분기점을 꾸준히 맞춰주기 때문에 큰 적자는 없었던 것이다. 김대표에게 책을 기획하는 특별한 안목이나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인문서 자체가 특별히 많이 나가는 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어요. 그런 독자들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죠.” 라며 말을 이었다. “어정쩡한 것은 만드는 것보다 안 만드는 것이 독자를 위해서 좋은 선택이에요. 확실한 주제를 가지고 책을 만들어야만 독자들이 인정해주는 시장이거든요.” 라고 말하며 시장을 읽을 줄 아는 눈도 겸비해야만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번은 프랑스에서 유명한 인물의 평전을 번역해서 내놓았는데, 그 책은 실패했다고 한다. 이유는 바로 프랑스에서는 유명한 사람이지만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란 것이다. 문화적 차이에 따르는 시장을 읽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문화적 차이에 따른 시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시장을 파악하여 만든 책들이 문화서이다. 빵과, 커피의 역사를 통해 세계사적 문화를 통찰한 『빵의 역사』와『커피의 역사』가 바로 성공한 케이스다. 하지만 2006년 상반기에 출간한 『요리의 역사』는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지만 독자들을 위해 이런 역사 시리즈를 하나로 묶어 출간할 생각이라고 한다.

번역서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우물이 있는 집은 왜 자서전이나 평전을 고집하는 것이냐고 묻자, 한국에는 많은 집필진이 있고 자서전이나 평전은 해외의 작품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독자들에게 정체성의 방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을 이으며 자서전이나 평전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던 독자들에게 나름대로 해법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제는 정체성의 측면을 넘어 다양성의 측면에서 독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평전과 자서전을 기획 중이라고 했다.

▲ 우물이 있는 집의 대표작들

 


번역 시 중간 필자 필요 

 하지만 이런 번역서를 만드는 일에 있어서 언제나 번역이 중요한 쟁점으로 대두된다. 인문서라는 특수한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에게 번역을 부탁해야하는데 그들은 글을 써보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즉, 글을 써보지 않았기 때문에 번역에 있어서 기획했던 의도와는 다른 글이 나올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번역본을 받아 봐도 너무 엉성한 것 같아서 3개월에 걸친 대조 작업 끝에 출간한 책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적인 영역으로 갈수록 책을 만들기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적인 영역일수록 번역가에게 의지하는 수준이 높지만 책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전부 뜯어 고쳐야 하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또한 번역을 맡으시는 분들이 전문적이기 때문에 강단에 계신 분이 많다. 하지만 학기 중에는 번역이 어렵고 방학 중에나 가능한데 그분의 사생활이 있으니 스피드 면에서 떨어진다. 그러다보면 학생들에게 번역을 시키는 분도 생겨나니, 규모는 비대해져 가는데 실속은 없어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해외에는 어려운 논문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쉽게 써주는 중간 필자들이 있다고 한다. 주목할 논문이 있으면 중간 필자들이 대중들에게 읽을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런 필자들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런 중간필자들이 대규모로 필요하다. 그래야 번역이 좋아지고 독자들이 어려운 인문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김대표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인문서의 비율을 더 높이려고 한다. 인문서를 만들고 싶어서 출판사를 했고, 책을 찾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문서를 향한 고집

우물이 있는 집은 오랜 기간 준비한 『괴테 자서전』을 8월에 출간하였다. 김대표는 이를 시작으로 인문서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고 말한다. 인문서가 깊으면 깊을수록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스스로도 뿌듯하다고 말하는 모습에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이런 김대표의 생각이 돈에 따라 움직이는 시대의 흐름을 쫓지 않고, 우물이 있는 집이 정통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밑거름으로 보인다.

우물이 있는 집에는 우물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우물은 재정이 허락하는 한 인문서를 끝까지 고집하겠다는 김대표의 뚝심 있는 마음에서 나온 깊은 열정이 아닐까 싶다. 

 

                                                                                                                                                           김정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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