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자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거대한 뿌리』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들에게까지 감동을 준 작품『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쓴 김중미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저자는 그 동안 우리 사회의 가난한 이웃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주노동자와 혼혈인들의 삶을 이야기했다. 우리사회에서 소외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싶어. 도대체 튀기가 뭐 어쨌다는 거야? 물건은 미제라면 사족을 못 쓰면서, 왜 우리 같은 애들은 싫어해? 나도 반쪽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제야. 그리고 나머지 반은 너희들하고 똑같다고. 도대체 왜 우리가 너희들한테 무시를 당해야 하냐고, 왜?”
이는 이 책에 나오는 혼혈아 재민이의 슬픈 외침이다. 독자들은 재민이의 목소리를 통해서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이름을 쓰고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소외당했던 혼혈인들의 얼룩진 삶을 바라볼 수 있다.
“아무 미래도 없는 이주노동자라니요? 그럼 난 뭔데요? 나는 미래가 있어요? 선생님 친구처럼 이주노동자를 돕는 활동가는 괜찮고, 이주노동자를 사랑하고 그 사람의 아이를 갖는 건 안 된다는 게 말이 돼요? 도대체 뭐가 달라요? 선생님도 편견으로 가득 찬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었어요? 손바닥 뒤집듯이 그렇게 생각이 바뀔 수 있는 거예요? 선생님은 저랑 자히드 관계를 이해할 줄 알았어요.”
이는 네팔인 이주노동자 자히드를 사랑하는 정아의 슬픈 외침이다. 정아는 빈민촌에서 태어나 가정 폭력의 그늘 속에서 자라면서 희망을 박탈당했다. 웃음을 모르고 살았던 정아는 자히드를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갖게 되면서 다시 희망을 품으려고 한다. 그러나 가난한 이웃들과 이주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편에서 함께했던 ‘나’마저도 정아의 선택을 선뜻 지지할 수가 없다. 정아와 자히드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정아와 정아의 아기, 그리고 자히드가 겪을 편견과 고통에 가슴이 미어졌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사회적 냉대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혼혈인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듯 하다. 단일민족 따위의 고리타분한 소리 그만하고, 우리함께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그 변화된 시선만으로도 분명 세상은 아름답게 변할 것이다.
김중미 지음/ 검둥소/ 208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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