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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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6.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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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네 번째 소설집『웨하스』



올해로 등단한 지 꼭 십 년이 되는 하성란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표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웨하스로 만든 집」을 비롯해 이번 소설집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들은 과거의 특정한 시간과 맞닿아 있다.
 
이혼한 뒤 십 년 만에 귀국해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폐허가 된 동네의 옛집으로 돌아온 여자는 무너진 집더미에 깔린 채 처음 새 집에 이사 온 날 자매들과 이층 마루를 디디며 깔깔거리던 풍경을 아스라이 떠올리고(「웨하스로 만든 집」), 이십 년 전 자동차에 치인 개에게 팔뚝을 물리고 십 년 전엔 소매치기 남자의 팔뚝을 물었던 여자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을 통해 중첩된 과거와 현재의 쓰라린 균열을 인지한다(「강의 백일몽」). 그런가 하면 한 염력자의 숟가락 구부리기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주인공은 자신의 소박하고 순조로웠던 삶을 회고할 때마다 마치 조건반사처럼 그해의 시간 속으로 되돌아가고(「1984」), 자전적인 소설을 발표한 소설가는 오랜만에 모인 옛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기억의 진실성을 놓고 다툼을 벌이다 친구들과 함께 과거에 자신들이 벌였던 끔찍한 사건 현장으로 말려들어간다(「자전소설」).
 
이와 같이 주변적 개인의 부재하거나 왜곡된 과거의 시간과 기억을 통해 현실의 찢어진 틈새에 도사린 일상적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작가의 필치에서 독자는 우리의 삶이 견고하지 못하다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삶은 쓸쓸할 수밖에 없다는 서글픈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하성란 지음/ 문학동네/ 336쪽/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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