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 다를까 학원에 온 그 아이는 내게 자랑스럽게 a4용지 두 장을 내밀었다. 정말 깨알같은 글씨로 을지문덕에 대해 조사해온 글이였다. 지난시간에 고구려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듣더니 오늘 이렇게 기특하게 글을 써 온 것이다.
평소에 글쓰기를 무척 싫어했던 아이라 내용은 고사하고 스스로 글을 써 왔다는데 대해 난 칭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부모의 욕심이 화를 불러왔다. 글을 많이 썼다는데 대해 즐거워하던 학부모는 그 글에 대해 “네 생각이 빠졌잖아, 느낌은? 너라면 어땠을 같니?”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얻고자하는 욕심에 다시는 그 아이가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요즘 어머니들은 너무 성급하다. 짧은 시간에 많은 효과를 보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더 많은 혼란을 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모든 교육에는 단계가 있다. 독서지도도 마찬가지다. 처음 글을 읽고 낱말을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는 단계가 지나면 이젠 아이 스스로가 해결해 가는 즐거움을 알게 해 주어야 한다.
책 한 권에는 알아야 할 지식이나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그런 것을 다 알아야 한다고 부담을 주면 글을 쓰는 것은 고사하고 책을 읽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책을 멀리 할 것이다.
조금만 인내하고 기다려 주자. 아이가 스스로 글을 읽고 쓰고 싶은 마음이 들때까지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 주자. 글을 읽고 쓰는 것은 강제로 시키기보다는 적절한 동기유발에 따라 아이 스스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독서와 관련된 내용을 주고 흥미를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 손경자 시인·독서 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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