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연 시인의 감독 데뷔작으로 화제
소설·영화 모두 한 작가의 손 거쳐 탄생
소설·영화 모두 한 작가의 손 거쳐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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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감성적인 시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원태연 시인이 감독으로 데뷔해 제작 초반부터 화제가 됐던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관객들을 찾아왔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라디오 pd 케이(권상우)와, 작사가로 케이의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크림(이보영), 소위 ‘명품’이라 불릴 정도로 잘나가는 치과의사 차주환(이범수)의 엇갈린 러브스토리를 그린 이 영화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시인 원태연’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영화는 상당히 압축적이고 함축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크림의 대사가 확실한 종결어미로 끝나기보다는 어미가 생략된 경우가 많고, 영화 초반에는 스토리가 긴밀하게 이어지지 않은 채 사건들을 듬성듬성 연결해 놓은 듯하다.
하지만 다 메워지지 않은 스토리의 간격은 작품 후반부에 모두 조립되는 형태로 이뤄졌다. 소설은 처음에 ‘차주환’의 입장에서 내용을 전개하다가 다음 ‘케이’의 시각, 그리고 마지막 ‘크림’의 시각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면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질 때 내용 전개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완성되며 영화도 이와 같은 기법을 사용했다.
마지막 크림의 독백을 통해 보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지만 초반 내용의 구성을 조금 더 긴밀하게 연결했다면 영화 말미의 크림의 독백이 조금 더 가슴 찐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여주인공으로 열연한 이보영은 이번영화를 통해 발랄한 이미지보다는 슬픈 여주인공 역할이 제격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발랄한 이미지를 요구하는 대목에서 다소 과장된 연기를 보여줘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을 받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보여준 눈물 연기는 압권이었다.
한편 연기파배우 이범수의 비중이 너무 적어 ‘세 명이 주인공’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소설에서는 ‘차주환’의 비중이 훨씬 더 크게 그려진다. 사건의 처음과 끝이 ‘차주환’으로 인해 이루어지고 크림에 대한 그의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 안에 케이와 크림의 사랑과 상처를 보여주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케이’와 ‘크림’의 관계라는 커다란 사건 ‘옆에’ 차주환의 존재가 그려지고 있다.
원 감독은 시사회를 통해 “영화는 영화 같고 소설은 소설 같다”며 “한 원작을 서로 다른 두 장르로 표현하는 것의 딜레마는 없지 않았으나 그것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언급했지만 세 사람의 얽힌 운명을 영화보다는 책을 통해 더 가슴저리게 느낄 수 있다.
/ 황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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