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쿠바로 떠난 괴짜가족
재미있게 살기로 유명한 이우일 선현경 부부가 중국인형을 닮은 딸 은서와 함께 쿠바와 멕시코를 여행하고 쓴 여행기다. 이우일의 그림과 글이 대부분이지만, 아내 선현경의 만화와 딸 은서의 그림일기가 함께 있어 온 가족이 함께 만든 여행기가 됐다.
이들은 왜 위험하다고 소문난 멕시코와 쿠바로 여행을 떠났을까? 이우일은 몇 년 전 파리의 한 예술서적 책방에서 표지에 마스크를 쓴 두 명의 프로레슬러가 그려진『멕시코』라는 화집을 구입했다. 그리고 책의 그림들을 다 본 후에 ‘언젠가는 꼭 멕시코에 가자’ 고 결심을 했고, 결국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 떠났다.
이들은 철저한 계획과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멕시코와 쿠바의 유명지만을 골라서 다니지도 않았다. 그냥 발길이 닿는 곳으로 갔고, 눈에 보이는 것을 보았고, 귀에 들리는 것을 들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멕시코와 쿠바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고 난 후 이렇게 그림과 글로 그 때의 추억을 기록했다.
건너고 건너서 알게 된 일본인 부부의 집에서 머무르기도 하고, 강도와 구두닦이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낡은 스니커즈를 신고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프리다 칼로의 푸른집에도 가보고, 시장에 가서 플라스틱 장난감을 잔뜩 사기도 하고, 동물원에서 펜더도 보고, 좋아하는 헌 책방에 가서 책도 사고, 해변을 거닐면서 사진을 찍는 등 꼭 그 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여행했다.
불법 민박을 소개 받은 적도 있고, 은서가 막대 사과를 먹다가 이가 빠지기도 하고, 여권과 돈이 든 가방을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이 그들에겐 좋은 추억이 된 듯 하다.
이들의 발걸음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거 여행 하는 거 맞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너무나도 부러워진다. 꼭 목적이 있고, 계획이 있어야 좋은 여행인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낯선 곳에서 색다른 체험을 해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멋진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괴짜가족이 보여준다.
이우일 지음/ 예담/ 231쪽/ 10,000원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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