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철 한국형이상시회 회장의 네 번째 시집 『빛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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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철, 「빛으로 가는 길」 부분
한국형이상시회 회장 최규철 시인이 그의 네 번째 시집으로 『빛으로 가는 길』(시문학사 刊)을 최근 상재했다.
최 시인은 “꼭 일 년 만에 또 한 권의 시집을 낸다. 너무 졸속으로 서둘러 미숙아로 태어나지 않나 우려된다.”며 책머리에서 겸손의 마음을 전한 뒤, “형이상시가 양극화 되고 이질적인 사상이나 사물을 폭력적인 결합으로 통합시키는 기상(conceit)과 이에 수반되는 역설(paradox)과 아이러니 등의 팽팽한 텐션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어감각과 언어구사력이 뛰어나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긴 밤을 적시던 하늘이슬이 / 이른 아침 겨자나무를 깨웠습니다. // 한더위 강한 햇볕으로 / 겨자나무에 스며든 이슬이 / 몸속에서 목숨보다 진한 피가 되었습니다. // 이슬로만 자란 무채색의 작은 열매 / 천국은 겨자씨 한 알 같은 / 작은 마음에 들어와 열립니다. / 생명의 줄기가 뻗어나가 / 천국에서 깨어날 때야 / 비로소 작은 열매의 크기가 보입니다. // 이 땅에서도 그 작은 열매를 /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하소서
- 「작은 열매의 크기를」 전문
박진환 문학평론가(문학박사)는 “최규철 시인이 상재한 이번 시집 서문에는 간과할 수 없는 언급이 관심을 끌고 있는데 “평소에 형이상시의 특징을 살리는 시를 쓰려고 시도”해 왔다는 피력이 그것이다.
시인의 진술에 의하면 애초 형이상사의 관점에서 시를 출발시켰고 또 형이상시학에의 충실을 통해 자신의 시로써 형이상 시법을 실현하고자 했다는 뜻이 된다.”고 해설한다.
「눈물로 씻어 맑게」, 「빛으로 가는 길」, 「칼을 쓴 그믐달」, 「깊은 데로 가서」, 「신발 끄는 소리」 등 54편의 시가 4부로 나누어 수록된 이 시집은 서문에서 시인이 밝힌 대로, 또한 발문에서 박진환 평론가가 해설한 대로 최 시인이 완성(完成)적으로 실현코자 하는 형이상시 세계를 보여주는, 즉 형이상시의 의미와 작품 등을 표집(標集)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좋은 장(場)이라 말해도 좋을 듯싶다.
이브의 얼굴을 한 그믐달이 / 큰칼을 쓰고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 세상 끝날까지 채우지 못할 형량(荊量)을 안고 / 어차피 여백을 지워가야 할 삶이라면 / 걸음마를 배우며 다시 작아져가는 / 돌배기 아이의 그림자로 채워가는 것이 어떨까. // 떨어져나간 조각들이 어둠에 싸여 / 까만 눈동자 깊숙이 밤의 질서 되어 흐른다면 / 오늘 하룻밤 하늘 시간 속으로 / 꿈길을 밝혀주는 눈빛이 되는 것이 어떨까.
- 「칼을 쓴 그믐달」 부분
서울 영신교회 원로목사이기도 한 최규철 시인(사진)은 1977년 《시문학》지를 통해 등단한 뒤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민족문학회 고문,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자문위원, 지구문학작가회 고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빛의 고향』, 『바람을 타고 흐르는 자유』, 『순수한 눈짓』이 있고 여러 편의 논문, 시평, 시론도 냈다. 한국크리스찬문학상과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 안재동 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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