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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권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 사람으로서나 나라의 구성원으로서나 누리고 행사해야 할 자유와 권리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대와 사회가 변동하여 새로운 문제가 제기될 때에 그 내용이 추가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합니다.
근대시민국가의 경우에는 인권이란 정치권력으로부터 행해지는 자의적 침해에 대한 자유를 말하며 현대자본주의사회에서는 정치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뿐만 아니라 사회 계급·세력 간의 갈등과 거기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도 심각한 문제로 여깁니다.
최근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부녀자 7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사진 공개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강 씨가 검거되자 상당수 언론매체들은 "증거가 명백한 흉악범의 인권보다 사회적 안전망이 우선이고 그의 여죄에 대한 제보도 기대된다"라며 강 씨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찰청은 ‘경기 서남부 지역 연쇄살인 사건 관련 종합 치안대책’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경기 서남부 지역을 비롯해 치안 취약지역에 경찰서 7곳이 새로 생기고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2천여 대 이상이 추가 설치되며 현금자동인출기(atm) 이용객이 얼굴을 가리지 못하게 하는 프로그램 도입이 추진된다고 합니다.
경찰은 특히 법무부와 협의해 강력범죄의 경우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는 ‘중범죄자의 얼굴 공개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인권관련 시민단체는 "피의자도 인권이 있기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기본적으로 공개할 수 없으며, 사회적 공익보다 그 가족과 지인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모든 피의자나 피고인은 무죄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시민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는데 이 원칙은 세계인권선언 제11조 1항에도 규정되어 있으며, 한국의 헌법 제27조 4항에는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비록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냉정하게 국민적 중지를 모아야 할 일입니다. 인권에 대한 법적인 구속이 한번 결정되면 이를 다시 돌이키기에는 너무 많은 고통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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